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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
디샤 필리야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평점 :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펜/포크너상을 수상,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저자의 출세작(?)이자 드라마 제작 예정인 소설집을 접해본다.
총 9편의 단편을 수록한 이 작품집은 모두가 흑인 여성들의 삶을 그린다.
그것도 사랑과 용서가 충만한 교회를 다니고 하느님에 대한 믿음에 충만한 여인들, 이는 세대가 흘러가면서 젊은 층 여성들과 그 윗세대들의 교육방식과 삶에서 무엇을 우선하며 가르치고 전달하는가에 따른 세태변화를 시간적 흐름들을 통해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지 못한 여인들, 할머니와 엄마들의 삶, 그 안에서 신앙이란 울타리에서 서로 다른 이견이 있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하느님에 대한 말씀을 따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 사실을 믿지 않은 여성들의 삶이 여러 층위 계층을 통해 들려준다.
이는 미국 내 남부에서 살아가는 흑인 여성들, 흑인들 사이에서도 피부 색깔에 따라 구분되고 내밀한 내면에 차오르는 성적 욕망과 결혼에 대한 기대는 물론이고 죽음을 향해 가는 엄마를 둔 두 남녀의 교류를 통해 현실을 잠시 놓고 싶은 허망함과 욕망에 대한 몸부림들이 사실적인 모습으로 그려놓는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삶들은 모두가 불운하고 안정적이지 못하며 심지어 하느님이라고 믿던 목사와 엄마의 불륜현장(복숭아 코블리)을 통해 신앙에 대한 부조리함, 배다른 자매들이 아버지의 죽음을 두고 여성 공동애를 발휘하는 하는가 하면 커밍아웃을 한 딸을 인정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 사랑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불확실한 자신감을 심리적 묘사로 그려낸 '물리학자는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가'란 작품은 장편으로 출간해도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다.
- 오늘 교회에서 목사 영감은 우리가 구원을 얻어야 하고 천국에 가고 싶으면 죄가 되는 육신의 쾌락을 포기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구원받은 사람들은 오로지 구원받는 얘기만 하고, 죄에 관해 잔소리하고, 교회에만 가는 것 같다. 교회는 지옥처럼 지겹고, 그래서 그냥 스위트 세이디를 지켜보면서 그녀의 섹시한 몸과 은밀한 과거 생각만 한다. -p 181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남녀 관계에서 여성 스스로 주도권을 쥐고 남성에게 당당하게 요구하는 지침서(?)를 그린 '기독교 유부남을 위한 지침'과 아들의 이름은 불러도 딸인 자신의 이름은 부르지 않던 치매에 걸린 엄마를 보살피는 딸의 심정을 그린 '에디 레버트가 올 때'는 시 공간이 미국일 뿐 한국에서도 볼 수 있던 근 현대사의 어느 한 부분을 건드린 상처처럼 다가온 작품이다.
-당신은 그 여자를 알지만 나는 여자들을 안다. 당신은 당신이 바람을 피우는 걸 알면 그 여자가 화를 내거나 실망할 거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어떤 부인들은 오히려 안도한다는 걸 알면 당신은 놀랄지도 모르겠다. 당신 부인은 아마 당신이 욕구를 다른 데로 가져가서 얻게 된 평화와 고요에 감사할 것이다. 그 여자는 사실 지금도 섹스를 원할 수 있다. 단, 당신하고는 아니다, 더는 아니다.- p 215
- 옛말이 있었다. 어머니는 딸을 기르고 아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엄마는 누가 사랑해준 적이 있을까, 자식들 외에? 엄마는 교회와 금욕생활에 헌신했음에도 사람으로서는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는 평화, 예수를 마음에 영접하면 우리 것이 된다고 하는 그 평화를 결코 누리지 못했다. 성경에서 약속하는 그 기쁨, 말할 수 없는 기쁨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얻은 것은 예수의 사랑이었다. 그러나 그의 손길은, 딸의 상상으로는, 너무 덧없어 어떤 갈증도 해소해주지 못했다. 그는 엄마가 침대로 들이는 남자들보다 더 조용하고 수동적이었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을 요구하는 연인이었다. - p 245
작가는 미국 내에서 흑인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세대를 통해 층층이 이어져오는 세월 속에 신앙을 필두로 의지하고 믿으며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현실들은 제목처럼 각 인생들 나름대로 충돌과 용서, 어떤 기대에 찬 미래를 그린 듯한 여러 모습들을 공감 있게 그려냈다.
각 작품들마다 사회성 짙은 문제로 인식할 수 있는 주제들을 포함한 내용인 가정폭력, 원치 않은 임신, 불륜, 커밍아웃, 종교를 바라보는 시선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에게 끼친 방향과 그 안에서 이를 이겨내며 살아가는 조각들의 모음들이 연결되듯이 그린 점들이 좋았던 작품집이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