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과거 을유세계문학전집 131
드리스 슈라이비 지음, 정지용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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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드리스 슈라이비의 [단순한 과거]는  모로코 출신 작가의 작품으로 프랑스령으로 지배받고 독립되기 2년 전인 배경을 다룬 소설이다.




7명의 아들을 둔 상인이자 스스로 군주라 불리는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드리스란 인물의 시선으로 그린 내용은 종교와 가부장제, 여성들의 삶을 다가적인 관점으로 그린다.




어린 시절부터 이슬람이란  종교와 그 교리에 대한 공부를 하고 이후 프랑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프랑스 학교에 입학, 성장하면서 바칼로레아 시험을 앞둔 상태에서 드리스는 아버지의 엄한 가장으로서의 폭력에 맞서지만 이룰 수가 없다.



이후 막냇동생의 죽음을 통해 아버지의 폭력적인 행동과 말, 엄마의 틀에 갇힌 삶과 그  안에서  하나의 생산도구이자  남편에 대해 순종적이기만 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드리스는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면서 정면으로 부딪치고 집을 나오게 된다.



기존의 아프리카 문학을 통해 다룬 내용들과 같으면서도 다른 결을 유지하는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출간당시를 생각하니 상당히 파격적인, 작가 스스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솔직하게 비판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프리카 내에서 서구 열강 세력에 의한 지배와 그 틈바구니 속에서 그들이 지닌 이슬람이란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 교리가 전하는 가부장제에 의한 집안 내에서 아버지가 차지하는 권력과 위력, 자식들이나 아내에게 자신의 말과 행동을 통해 모든 것을 쥐고 흔드는 무소불위의 파워를 저자는 한 개인의 가정을 통해 당시 모로코가 지닌 처지를 그린다.



종교에 따르는 올곧은 이미지 뒤에 감춰진 프랑스 권력과의 결탁, 자선이라고 불리는 행위 뒤에 감춰진 부자들의 위선행위, 아내에 대한 처우와 그녀 스스로 이를 감내하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듯 순종과 복종에 대한 일치된 삶, 여기에 이슬람과 서구 문명을 동시에 겪은 주인공의 경계에 선 위치는 사뭇 그 스스로도 강인한 어필을 하지만 힘에 겨운 상황임을 느끼는 과정을 때론 격렬함이, 때론 비유와 은유, 몽환적인  글로 이어진다.








저자는 아버지란 존재를 통해  모로코가 지닌 정치적인 행위와 일반인들의 삶 속에서 흐르는 가난과 부에 대한 처지, 여기에 드리스가 믿었던 친구와 선생님, 신부에 이르기까지 결코 그에게 잊을 수없는 각인을 시킴으로써 또 하나의 인생 도전이자 새로운 희망을 향해 나아갈 그림을 부여한다는 데서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긴장감과 함께 그렸다.




사실 주인공의 이름이 저자의 이름과 동일하고 자라온 환경도 비슷해서 자전적 소설형식이 아닌가 했었는데 비슷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하나의 소설로써 저자 자신의 인생의 일정 부분을 녹여낸 듯싶었다.




- “침묵도 의견이다.”



모국과 서구란 양쪽 모두를 경험한 드리스가 바라본 느낌은 소리 없는 아우성 속에 탄압의 종류를 모두 드러낸 듯 보인다.



부당함을 알고 있음에도 침묵하는 자식들, 자식의 죽음에 관련된 비애 속에 잠긴 엄마, 인종차별과 식민지국민으로서 겪는 이 모든 한계점에 도발과 도전하는 드리스란 인물을 통해 제목 자체가 의미하는 '단순한 과거'는 말 그대로 단순함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반항을 그렸다는 점에서 왜 이 작품이 카뮈의 '이방인'에 비견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로코 출신이면서 프랑스어로 작품을 쓴 저자의 인생을 살펴보면서 아프리카권의 작가들 중 프랑스어로 작품을 쓴 몇 명의 작가들이 떠올랐는데, 서구 작품세계에서 이들의 활약이 프랑스어권 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남다른 만큼 저자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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