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 스펙트럼
신시아 오직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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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를 다루는 문학에서 필독서로 꼽히는 신시아 오직 작가의 '숄'은 두 개의 독립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연작처럼 시간을  넘어 다룬 두 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작품 모두 단편소설상에 주어지는 오헨리 상을 수상한 작품들이라 처음 '숄'부터 읽기 시작한 이후부터 모든 문장과 각 문장에 묘사된 장면들은 타 문학에서 보인 홀로코스트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시선으로 이끈다.




배고픔에 굶주리다 못해 젖이 나오진 않은 상태에서 아기 마그다의 끊임없는 젖에 대한 욕구와 조카 스텔라, 그리고 로사 자신은 수용소와 그 행렬 속에서도 지치고 비참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가운데 아가 마그다에게 줄 수 있고 마그다가 오직 의지하는 것은 '숄'이다.



숄을 입에 물고 빨며 굶주림을 해소하듯 한 그 모습과 너무도 말라 육체의 형체라기보다는 어떤 사물에 붙은 형상처럼 비교되는 스텔라와 아가의 모습은 삶이란 무엇이며 그 삶에서 마주치는 한계에서 스텔라가 숄을 가져가고 마그다가 숄을 찾기 시작했을 때의 불안감들은 결국 그 현장에서 로사에게 지울 수 없는 자국을 남긴다.



이어 30년이 훌쩍 넘어 미국에 정착한 스텔라와 로사의 모습은 유대인이 아닌 폴란드인으로서 살아가던 그들에게 닥친 난민이란 지위에서 생존자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유대인 공동체 마을처럼 여겨지는 여기저기 들리는 이디시어가 그들 곁에 남는다.




스텔라가 미국에 정착하며 그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한 유대인의 모습이라면 로사는 자신의 삶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듯 마그다와 함께하던 그 굴곡진 역사의 현장 가운에서 현재로 넘어오질 못하는 상태다.




이렇듯 같은 시기와 현장에서 살아남은 두 사람에게 ' 숄' 은 작품에서 보인 바와 같이 홀로코스트의 전형적인 유대인들의 핍박과 그 환경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구제물품이다.




아기 마그다에게 식량처럼 다가왔던 숄이 마그다가 죽을 때 그 현장에서 오열마저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은 숄을 입에 갖다 댄 로사의 모습이요, 추위와 배고픔에 스텔라 자신을 감싸 안아 준 것도 '숄'이었다.




'숄'이 의미하는 바가 이 작품에서 다양한 해석처럼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저자 자신의 글로 인해 실제처럼 다가오기도 하는데 현재의 로사가 다시 이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앞으로 나설 수 있다는 의미처럼 다가온 모습도 바로 스텔라가 보낸 '숄'을 통한 것이고 보면 두 작품의 연계성은 실제 시간의 흐름을 넘어선 이미지가 강하게 와닿는다.




그 어떤 뚜렷한 전쟁의 상흔조차도 언급되지 않은 장면의 전환과 모습들을 통해 독자들은 스스로 그 상황이 어떤지를 짐작할 수 있게 그린 점이나 이 점들을 통해 홀로코스트 문학이 더욱 강하게 와닿는 글들이 인상적이었다.




영혼마저 강탈해 간 듯한 삶의 모습들, 끊임없이 마그다에 대한 그리움을 현재와 혼동하며 살아가는 로사의 앞날에 작은 희망의 빛을 바라는 마음이 들게 한 작품이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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