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평점 :
절판





일명 '하루키 월드'라 칭하는 무라카키 하루키에 대한 한국인에 대한 사랑은 남다른 것 같다.




'하루키 앓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출간되는 작품마다 독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이끄는 그의 매력은 무엇일까? 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의 소설보다는 에세이 쪽을 좋아하기에 이번 신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기사단장 죽이기'이후 출간한 작품이자 1980년대 문예지에 썼던 작품을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해 다시 선보인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은 역시 '하루키'답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총 3부로 나눠서 이어지는 진행은 의식 흐름처럼 현실과 상상의 모호한 경계를, 그 경계를 가르는 것이 17살 소년과 16살 소녀의 첫 만남으로 시작해 그들이 나누던 어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란 것을 설정으로 해서 이어지는 장면들은 흥미롭다.





1. 3부가 현실과 현실을 벗어난 도시에서 살아가는 나(소년)의 모습이라면 2부는 마흔의 중년이 된 상태의 나가 도심에서 떨어진 작은 소도시에서 마을 도서관장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기에 읽는 동안 진실과 사실에 대한 기준이 인생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로 연관돼 생각하게 한다.








독신인 중년의 그가 소녀를 잊지 못하는 단 하나의 로맨스를 지향하면서도 현실에서 도서관장으로 일하는 소박한 일상이 하루키만의 글로 잔잔하게  독자들을 이끄는 점은 자전적인 그의 삶 속에 녹아든 음악사랑(재즈)과 옐로 서브마린 옷을 입은  소년 등장을 통해 평행세계를 함께 보임으로써 독자들은 한 발은 현실에, 한 발은 도시의 공간에서 그들과 함께 하는 모험을 감행하는 시간이 된다.




하루키 문학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특징은 ' 모호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들도 많지 않지만 작가가 그려온 기존의 불특정 한 세계관 속에서 열린 방향으로 결말을 지은 작품들을 생각한다면 이번 작품 또한 3부에 걸친 같은 내용의 변주로 이어지고 그 변주 속에 독자들은 나름대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불확실한 벽'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타인과의 관계나 내가 나를 바라보는 관계 속에서의 불확실한 모호함 들은 세상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옐로 서브마린 파카를 입은 소년과의 만남을 통해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결국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그림자와 내 실존은 물론이고 주인공의 내면은 세상 모든 인물들의 통합적인 모습처럼 여겨지게 그린 점이 설득력을 지닌다.




-한 세계와 또 다른 세계의 경계를 초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각인. 나는 아마도 그것을 내 존재의 일부로 간직한 채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 p 667








한 작가에 대한 작품들을 좋아해서 읽을 때면 어떤 때는 같은 이야기, 그다지 새롭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지만 이것마저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시작과 말미에 다다를 때까지 변주를 통해서 그 변주가 매번 새로운 작품으로서 다가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란 사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30대 때 창작한 작품과 70대에 다시 다듬어 새롭게 창작한  시대를 넘은 작품이란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코로나 시절 다듬었단 사실로 미뤄 제목에서 불확실한 벽이 의미하는 뉘앙스도 달리 보였다.




어떤 논리 정연하게 독자들을 설득하면서 글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차츰 그 세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힘을 지닌 작가의 작품, 인생의 깊은 혜안을 작품 속에 녹여낸 하루키에 의한 하루키만의 하루키 월드로 집대성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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