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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훔치는 자는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1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123/pimg_7136731164092812.jpg)
책으로 유명한 요무나가 마을엔 50곳의 책과 관련된 가게들이 거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증조할아버지인 미쿠라 가이치의 손에 탄생한 미쿠라관은 할머니 다마키, 그리고 주인공 미후유의 아버지인 아유무에 이르기까지 개인서고에서 동네 명소로 명성이 알려지게 되지만 책을 도둑맞게 되자 다마키에 의해 미쿠라관은 폐쇄된 채 오직 가족들만 드나드는 곳이 되어버렸다.
이런 가족의 내력을 지닌 채 성장한 고등학생인 미후유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고모가 있는 미쿠라관에 간 미후유는 그곳에서 이상한 메모를 발견하고 '이 책을 훔치는 자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깃발에 쫓기리라'란 문구를 읽게 되면서 책 속에 담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미쿠라관에 마시로라고 밝힌 소녀의 등장은 그녀가 건네주는 책을 읽고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온 마을 전체는 책 속의 배경으로 바뀌며 여우로 변신하는 과정과 함께 책을 훔쳐간 도둑이 누구인지에 대한 탐험의 여정을 환상으로 가득 찬 미스터리물을 표방하며 이어진다.
누군가 200권의 책을 훔치고 달아났고 그 범인이 숨겨둔 책의 행방 찾기, 마시로가 건넨 책은 서고 목록에 올라와있지 않은 책이란 의문과 함께 미후유가 접하는 작품들은 어드벤처, 하드보일드 같은 다양한 장르를 통해 독자들은 흥미롭게 그들의 여행을 지켜보게 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123/pimg_7136731164092833.jpg)
책이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던지며 읽을 수 있는 이 작품은 책의 세계에 들어가고 다시 빠져나오는 순환적인 과정과 마을 사람들이 조연으로 변신해 책 속의 등장인물로 존재하는 것도 신비하게 느껴지면서 정작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들을 대하는 미후유의 혼란스러운 감정선들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인쇄가 발달하고 대중적으로 서민들에게 책을 가깝게 만나볼 수 있기 전까지는 특정 계급(신부, 필경사, 귀족,,)들에게만 실질적으로 다뤄졌던 책, 그 책에 대한 도둑방지 차원으로 책의 말미에 저주를 걸어놓았던 북커스를 이렇게 작품 속에 녹여낸 저자의 상상력이 놀라웠다.
누군가는 책에 대한 평가를 그저 한번 만나고 스치는 점에 목적을 두고 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값을 통해 책을 사고파는 것, 잠깐의 유희을 느낄 수 있다는 정도란 생각으로 지닌 이들도 있지만 결국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책이 주는 존재는 영원하지 않을까?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123/pimg_7136731164092832.jpg)
그렇기에 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미후유가 정작 어린 시절에는 책을 좋아했었다는 기억을 되새기는 장면은 책을 통해 시. 공간을 넘나들며 전해주는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여우로 서서히 변신하는 것도 신비로웠고 발을 동동 구르듯 시간에 쫓겨 혹 책 속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을 함께 느끼며 그들과 여행을 했다.
책을 통해 접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는 이 작품은 두 소녀의 만남과 반전의 맛까지 느껴볼 수 있어 더욱 좋았던 작품이라 여러 장르를 느껴보고 싶다면 읽어보다 좋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