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폭풍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2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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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6월의 무덥던 프랑스에 독일군의 공습이 시작되면서 먼 피난길을 떠나는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을 보인 이 작품은 누구라고 할 것 없는 인간의 생생한 날 것 그대로를 표출한다.



귀족계급, 평민들, 노동자들, 수집가, 전장에 차출된 아들의 소식을 기다리는 엄마의 심정...



공습이 시작되고  피난길에서 오고 가며 마주치는 그들의 사연들은 계급차이와 신분에서 오는 각기 다른 행보를 통해 전쟁을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저마다 다른 시각을 보인다.



취침자리부터 박대를 당하는 일반인 가정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부와 낯이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장소를 선점하는 사람들, 젊의 피가 들끊는 아들이 엄마 몰래 자진해 전장에 뛰어들어 가 보고 겪는 참상들, 필리프 신부처럼 종교에 의지하며 고아들을 이끄는 모습에 반해 고삐풀린 망아지들처럼 폭력과 약탈의 힘을 휘두르는 아이들 행동의 상반된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장면으로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저자가 그리는 피난길의 현장은 시대는 달랐어도 마치 우리의  6.25 장면의 역사 속을 들어가 보는 듯 같은 모습의  현장을 그린 듯했다.



전쟁이 주는 참상은 이미 한번 겪었던 기성세대 중에는  이 전쟁이 주는 미지의 불안함마저도 받아들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위베르만처럼 전쟁의 현장에서 느낀 특권을 누리는 자, 면제를 받고 배려의 몫은 모두 부르주아에게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는 모습,  정치가들과 귀족들, 부자들의 상황에 구속되지 않은 안일함과 자신들의 위치에 연연하는 비정한 모습들에선 현재의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찌는듯한 더위의 6월, 그 폭풍 속에서 먹을 것, 취침 장소, 휘발유가 없어 서로 속이고 뺏아가 가는 그 본연의  생존모습들 포착은 시선이 어느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카메라가 옮겨가듯 이어지는 현장상황처럼 그려지고 있는 것이 다큐처럼 느껴지게 한다.



 당시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사람들은 여전히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지 못하기에  그들이 보고 듣고 살아가야 하는 일상이 불안과 희망의 교차로 속에 서로 희비일재하는 소식들로 인해 한순간의 희. 비극이 교차하는 상반된 모습의 포착시선들은 그래서  더욱  위태롭기만 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전장에 나간 남편의 자리가 그리운 여인의 모습이 잊히질 않았다.




예전 어머니들의 힘겨운 인생살이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장면이기도 하면서 그녀가 겪는 외로움과 그리움, 고독의 감정은 힘겨운 하루살이에 대한 묘사들로  인해  사실적으로 다가왔고 어느 순간 일말의 희망의 빛을 느껴보듯 그린 장면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한 부분이며 끝까지 살아나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자각을 드리운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유대인이란 이유로 아유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기 전까지 핍박을 당하면서도 글 쓰기를 놓지 않았던 작가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지 못한 채 미완으로 남았다는 사실이 아프게 다가왔다.




이 작품들마저도 따님들이 공개하지 않았다면 독자 입장에서 좋은 작품을  놓칠뻔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뜻깊게 읽은 작품이다.





- '전쟁은 끝날 것이고, 역사의 한 부분도 모두 희미해지리라는 것을 잊지 말 것. 가능한 한 1952년 혹은 2052년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무언가를, 논쟁을 만들어 보려 애쓸 것.' - 저자의 말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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