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들
안 세르 지음, 길경선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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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라고 하면 보통 어떤 집에서 그  집에 살고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치면서 주거 생활을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나 타 작품에서도 이런 등장인물들이 있고 제인에어가 떠오를 만큼 익숙한 면도 있는데, 이 작품은 이런 기존의 생각들을 허문다.



세 명의 가정교사들을 고용한 집주인 오스퇴르 부부와 아이들, 하녀들과 함께 살아가는 그녀들의 행동은 기존의 여성스럽다는 이미지를 확 깨부수며 자기 주도적인 행동을 보인다.



답답한 집구석에서 미지의 남성을 기다리며 사랑을 꿈꾸지만 이들이 사는 공간에서는 희망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저 철문을 넘어 건너오는 남자를 자신의 성애적 존재로 삼고 만족을 느끼면서 그를 내치는 행위들은 수동적인 과거의 가정교사들의 면모가 아니라서 파격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녀들은 알고 있다.


자신들의 행위를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하는 오스퇴르 부부, 멀리서 망원경을 동원해 자신들의 행동을 관음 하는 노인이 있음으로 해서 자신들의 행위를 더욱 드러내 보이는 모습은 그들 사이의 어떤 보이지 않는 권력구도의 팽팽한 기운마저 느끼게 한다.



엘레오노르, 로라, 이네스의 일탈은 어떤 한 사람의 파트너만을 대상으로 욕망을 갈구하는 것이 아닌 완전히 자신의 우위를 내세움으로써 그들을 아래에 놓았고 소비하고 정복한 후 다시 새로운 남자를 사냥하러 가는 행동들은 현실인지 미래의 희망인지를 모호하게 만드는 배경을 통해 일명 잔혹동화라 불릴 만큼  읽는 순간순간들이 저자가 품고 있는  의미를 생각하기 바쁘게 만든다.



이미 열정의 감정은 사라진 결혼이란 제도에서 부부로 살아가는 오스퇴르 부부를 대변하는 장치는  감정이 소멸된 채 기능적으로 빠져버린 모습과 이와는 반대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취하는 가정교사들은 그녀들을 지켜보는 관음 하는 자세를 취한 이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노출을 감행한 행동을 통해  보는 이나 행하는 이들 모두에게 어떤 기대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녀들 중  한 명이 출산을 하고 아이를 중심으로 양육의 기운으로 돌자 이 모든 욕망들이 상실한다는 것은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존재의 가치를 느끼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처럼 보이기도 한다.(여성의 성욕망, 페미니즘, 가정과 육아, 타인의 시선, 부부, 결혼제도...)




뚜렷한 장소, 가정교사들의 대사도 없고 그들의 행동과 타인의 관음 시선만을 통해 그린 작품은 많은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감추되 그 의도적인 부분들에 대해선 상징하는 바가 읽는 시선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출간 시기를 참고하더라도 낯설지 않은 의미를 품고 있는 작품, 영화로 만난다고 하는데 작품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영상에선 어떻게 해석해 보여줄지 궁금하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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