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이 여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6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707/pimg_7136731163922522.jpg)
기욤 뮈소의 소설들은 읽을 때마다 영화 속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초년작부터 시작해 그의 전작들을 읽어온 독자로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그의 장기를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종이 여자'가 이번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빠른 전개, 한번 손에 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없는 이야기 흡입력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지만 뭣보다도 허구와 현실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스릴, 로맨스, 적절한 호흡을 통해 독자들을 소설 속 등장인물에 이입할 수 있게 그린 장면 하나하나는 비슷한 느낌의 전작들이 있음에도 새롭다는 감흥을 이어지게 하는 마술을 부린다.
이 작품 또한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가 쓴 작품 속 등장인물인 빌리란 여성과의 만남이 허구인지, 실제인지를 넘나들며 작가표 로맨스란 이런 것이지! 를 다시 느껴보게 됐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707/pimg_7136731163922532.jpg)
로맨스는 언제나 달콤하다.
말 자체가 내뿜는 뉘앙스도 그렇지만 삶에 팍팍하게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잠시나마 모두가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위의 '종이여자'는 기존의 기욤의 책 내용처럼 언제나 불우한 가정을 극복하고 미국과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적인 비주얼감각이 뛰어나게 그린다는 점은 같지만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은 좀 더 깊게 그간 그가 써온 책과 독자에 관한 자신의 견해도 밝히는 부분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다소 허무하기도 하고 상황설정이 너무 공 뜬다는 점도 있지만 (그렇기에 로맨스가 아니던가?) 사랑이란 본질 앞에서 두 남녀가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리고 공감을 갖는 대화는 무리가 없이 나도 모르게 끌려들어 가게 만든다.
처음 자신이 쓴 소설 속의 주인공이라 여기면서도 어느 사이엔가 서로가 생각하는 사랑의 대상에 대한 대화는 톰이 점차 빌리란 여인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고 자신도 모르게 그간 자신이 써 온 소설 속의 인물들에 대한 생각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들에 대한 책임감도 느껴감을 알게 해 준다.
- "근본적으로 책이란 뭘까?
종이 위에 일정한 순서에 따라 글자를 배열해 놓은 것에 불과해. 글을 쓰고 나서 마침표를 찍는다고 해서 그 이야기가 존재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내 책상 서랍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은 미완성의 원고들이 몇 개나 들어 있어. 난 그 원고들이 살아있는 거라 생각 안 해.
아직 아무도 읽는 사람이 없으니까. 책은 읽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생명을 얻는 거야. 머릿속에 이미지들이 커지면서 주인공들이 살아갈 상상의 세계를 만드는 것.
그렇게 책에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가 바로 독자들이야."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707/pimg_7136731163922533.jpg)
위의 작가의 생각처럼 살아있는 책이란 독자의 손에 들어가서 그것이 어떤 숨결로 이어지고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존재의 가치로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준 대목이 아닌가 싶다.
한국을 방문했던 터라, 한국의 고정된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던 것인진 몰라도 책의 중간에 마지막 책 한 권의 긴 여정 속엔 한국 여대생과 이화여대의 모습, 서울의 모습이 나오고 있어서 제2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한국에 대한 사랑이 흐르고 있어서 읽는 내내 신기함과 흐뭇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 하나의 보너스를 얻는 기분이었다.
가벼우면서도 진실된 사랑의 감정 포착 묘사와 함께 책이 톰의 손에 오기까지의 여정이 재밌게 그려지고 있어서 읽는 내내 지루함을 모르게 한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