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의 왼손 3 - 천사의 날갯짓
폴 호프먼 지음, 이원경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평점 :
너무도 기다렸지 말입니다.
처음 1. 2부가 출간됐을 때만 해도 바로 나오리란 기대감은 1년이 넘어서야 만나니 큰 윤곽은 기억나는데 세세한 장면은 가물가물, 리뷰를 들춰보고 연결되는 대미의 3부의 결말이 정말 궁금했다.
- 잘 들어두길. 샤토버 스크랩에 있는 '리디머 Redeemer(구원하는 자)의 성소(聖所)는 그 이름에 걸맞지 않은 곳이다.
자신의 출생조차 모르는 10살 미만의 어린 소년들이 들어와 일정 나이가 되면 전선으로 나갈 때야 비로소 떠날 수 있는 성소, 주인공 14살의 토머스 케일은 로드 리디머 보스코의 시종으로 학대와 전장폭력에 노출된 채 성장한다.
철저한 고립주의와 개인주의로 키워진 그가 친구 클라이스트, 헨리와 함께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리디머를 죽이고 한 여인을 구하면서 탈출하게 된 이후 그들은 멤피스란 도시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총리 딸인 아르벨의 경호원으로 일하면서 그녀에게 사랑에 빠지고 신의 뜻을 거스르고 세상에 혼란을 불어오는 안타고니스트 무리와 대적할 수 있도록 키워진 케일의 활약은 전장에서 펼치는 고도의 전략과 전술로 승리를 거두기도 하지만 아르벨의 배신으로 케일은 배신에 치를 떤다.
이후 보스코가 교황에 선출되기 위해 케일의 승전보를 이용하며 드디어 교황이 되는 과정, 그에 대한 감정이 복수와 그에게 벗어나기 위해 탈주를 감행하는 진행은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어 3부의 시작인 어린 시절부터 겪은 전장에서의 풍파는 어린 그에게 육체적인 상처는 물론 정신적인 피폐까지 물들어 더 이상의 건장하고 활기찬 모습은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그를 수녀회가 운영하는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멤피스의 권력자들-
병원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상담하지만 이 모든 일들을 망상처럼 진단하는 가운데 그를 죽이려 온 암살단 형제들의 손에서 벗어나기까지 한시도 그의 곁엔 평화가 없다.
극도로 망가져 가는 케일에게 비상약을 처방해 준 수녀와 헤어진 후 다시 만난 클라이스트, 헨리와 함께 멤피스로 돌아온 케일은 모두가 무서워하는 암토끼 키티를 죽임으로써 이미 그의 존재는 '신의 왼손', '죽음의 천사'란 칭호로 불릴 만큼 모든 이들에게 범접할 수 없는 하나의 신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 자신 또한 인류의 모든 이들을 죽이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도록 성서에 입각해 전쟁을 불사하는 리디머들의 맞붙기 위한 최후의 노력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외면할 수 없는데, 과연 케일은 이 모든 일들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까?
1. 2부에서 보인 중세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시작한 다크 판타지의 풍성한 감성을 만끽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서 보인 곳곳의 종교적인 교리와 성서에 몰두한 종교 지도자들의 전쟁 씬, 어린 소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피비린내는 전장에서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느낌으로 모든 것을 건 케일이란 주인공의 활약은 기존의 판타지 작품 속에서 불러낼 수 있는 여러 주인공들을 떠올리게 한다.
장미의 이름은 물론이고 해리포터, 글래디에이터, 헝거게임, 로마전쟁사에서 보인 전술형 전략에 이르기까지 케일이란 존재가 신의 대리인으로 신의 왼손역할을 기대하는 보스코의 끈질긴 쫓음은 사랑하는 여인의 배신에 아픔과 분노를 느끼는 감정과 함께 조금도 쉴 틈을 허하지 않는다.
여기에 친구들의 우정과 케일의 존재를 권력 유지에 이용하려는 멤피스 권력자들의 이용 가치에 저울을 다는 정책들까지 시종 피가 코 끝에서 가시질 않는 느낌이라면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에 맡긴다.
특히 1. 2부에 이은 3부 첫 장면에서 이 작품 전체가 사실은 하나의 허구가 될 수도 있고 역사적인 사실일 수도 있다는 고대유물 국제 재판소의 [천사의 날개짓]의 발행인에게 권하는 발단 내용을 통해 독자들은 지금까지 읽은 내용들이 폴 파렌하이트란 자가 발굴해 낸 자료를 토대로 쓴 작품이란 사실에 반전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구성을 펼쳤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작품 연결상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 부분이라 만일 1부부터 이런 내용을 들려줬다면 느낌의 강도는 더 낮아졌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고 1. 2부에서의 연결 내용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들려주는 장면이 있어 출간 시기를 생각하면 배려차원처럼 다가왔다.
자신이 원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이들에게 하나의 전쟁의 불사신의 상징이자 죽음의 화신으로 불리게 된 소년, 복수와 배반이 난무한 다크 한 판타지로써의 세계를 그려낸 작품이라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