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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이 작품에 대한 아마존 평가가 좋았던 걸로 기억하던 차 이렇게 번역 작품으로 만나게 되니 반가웠다.
독특한 구성의 챕터를 통해 1920년대 미국 사회의 모습을 그린 작품 속 내용들은 총 네 개로 이뤄져 있지만 결국 한 부부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가인 해럴드 배너가 자신의 작품 속에 녹여낸 실존 인물인 앤드루 베벨과 그의 부인인 밀드레드 베벨의 이야기를 담은 '채권', 이어 앤드루 베벨이 해럴드가 쓴 소설의 내용을 반박하고자 대리 비서를 통해 자신과 부인에 대해 들려주는 미완성의 자서전, 이 원고를 받아 쓰게 된 노년의 작가지만 당시엔 이탈리아 이민자의 딸로서 비서로 취직한 아이다 파르텐자가 앤드루 베벨의 자서전에서는 밝힐 수 없었던 실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지막에 밀드레드가 쓴 일기를 통해 '트러스트'속 각기 다른 목소리를 통해 독자들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를 거듭 생각해 보게 된다.
'트러스트'란 제목이 가진 이중의 의미는 이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진실'이란 것 외에 작품의 주류를 담당하고 있는 금융용어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뜻에서 작가의 기발한 착상에 일단 박수!
누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과정에는 승자 독식이란 것이 성립된다.
승자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은 이에 반박하는 이야기보다는 훨씬 진짜 같고 그렇기에 소설 속 소설가가 그린 이들 부부, 특히 밀드레드의 페르소나인 헬렌이란 인물이 살다 간 인생의 불행한 점들은 앤드루를 겨냥하고 있기에 이에 관한 호사가들의 입맛에 대한 정정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앤드루가 말하는 미완의 자서전에는 금융인으로서의 자신감과 우월감, 순종적이고 예술을 사랑하는 아내의 헌신적인 모양을 그리워하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 각인되길 원하는 것으로 그려지길 바란다.
여기엔 미국 증권가를 강타한 일련의 사건들에는 그가 존재하고 있었고 그가 위기를 성공의 시간으로 잡은 승기의 시점에 대한 눈초리가 곱지 않았음에도 그가 주장한 공동의 선에 대한 가치 주장은 이를 넘어 돈과 권력을 앞세워 자신에게 유리한 자서전까지 이른다.
특히 이 작품 속에서 가장 큰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아내 밀드레드가 남긴 일기 부분은 처음 순서대로 소설 속의 소설, 자서전, 회고록에 이어 변해가는 과정들의 추이를 다시 들쳐보게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진실에 대한 해석을 생각해보게 한다.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소제목 자체도 '선물'이다.
금융의 용어와 선물 자체에 대한 모든 의미를 담아냈다는 생각이 드는데 진실이란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한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는 이 외에도 그 시대의 여성들의 사회진출에 대한 모습, 돈과 권력, 인종차별, 증권가의 모습들이 과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현재의 모습을 그린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키는 묘사가 인상적이다.
성공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사람들의 뒤에 가려진 비밀들, 과연 누가 최종 승리자인지는 독자들도 각기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까?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신뢰하겠는가?(책 뒤편 띠지 중에서)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