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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ㅣ 페이지터너스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빛소굴 / 2023년 2월
평점 :
젊은 시절 고향을 떠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한 이후 유산을 하나둘씩 팔아 이제는 거의 가진 것 없는 늙은이로 홀로 살아가는 실비오-
가까운 곳에 사는 사촌인 엘렌 부부는 자신의 자식인 딸 콜레트의 결혼 소식을 알리고 콜레트는 잉꼬부부의 대표인 부모님의 결혼생활을 동경하며 충실히 살 것을 생각한다.
2년의 세월이 흐르고 자식 낳고 잘 사는가 싶던 콜레트에게 남편 장이 다리에서 떨어져 죽는 사건인지 사고가 발생하고 이후 콜레트는 아들을 데리고 친정에 살게 된다.
작가의 이력이 홀로코스트 당사자란 사실과 그녀의 사후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드라마틱한 부분도 그렇지만 자신의 삶의 여정을 그린 것처럼 생각했던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점이 빗나간 소설이다.
도심에서 떨어진 좁은 시골구석, 그 구석을 탈피하고 넓은 세상으로 뛰쳐나간 실비오란 노인의 삶이 어떤지를 그린가 싶더니 추리미스터리처럼 흐르는 과정은 예기치 못한 부분으로 다가왔다.
허나 그것이 하나의 단순한 장치로서의 역할에만 그쳤다면 이 작품이 지닌 뛰어난 반전의 내용은 독자들에게 작가가 보이고자 한 또 하나의 주제를 통해 다른 면으로써 생각할 점을 그린다.
젊은 시절의 들끊는 청춘의 피, 사랑이라고 느낀 순간에 물불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행동도 그렇고 그 결과물로 탄생한 비밀들의 반전은 어떠한가?
나의 마음은 그럴 수 없다고, 윤리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다그치지만 지친 마음과 자신을 향해 오는 상대방의 사랑 앞에서 함께 한 그 시기의 뜨거운 피라니!
- 참으로 이상한 광기가 아닌가! 스무 살 시절의 사랑은 일종의 열병, 착란과 흡사하다. 그것이 끝나면 우리는 다른 것들은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금방 식어버리는 피의 뜨거움. 그 꿈과 욕망의 화염 앞에서 나는 나 자신이 너무 늙어버렸고, 너무나 차갑게 식었고, 너무나 철이 들었다고 느꼈다.
내로남불이란 말이 떠오르게 하는 실비오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사랑의 모습은 당사자들에겐 그 순간만은 진정한 삶을 느꼈다고, 사랑 없는 결혼과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딜레마, 잘못임을 알면서도 끌리는 마음의 향방들이 타인이 보기엔 불륜이지만 그들에겐 그 순간만큼은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시간들은 읽는 동안 그 사랑에 대한 충고나 비난은 함부로 할 수 없음이다.
잊힌 듯했던 과거의 사랑이 현재에도 지속될 수 없고 잊었다기보다는 묻혀있었다고 생각했던 사랑의 감정은 모두가 뜨거운 피의 결과로 이뤄진 것임을, 돌아보면 젊은 시절의 불타는 사랑의 모습들이 각양각색으로 흐르는 인생의 한 페이지처럼 여겨진다.
인생이란 것이 단순하게 흐르는 것만이 아닌 이들처럼 태워버릴 듯 사랑하고 헤어지고 잊어가며 잊히길 바라는 마음들은 마지막에 가서야 지난날을 회고하며 식어가는 그 시절의 애상들을 그리며 죽어가는 것이 아닐까?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 속에는 사랑, 질투, 젊음, 열정, 믿음이 모두 그려져 있어 인생의 모든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