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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마 레드, 가장 어두운 이름
데브라 맥파이 얼링 지음, 이지민 옮김 / 혜움이음 / 2023년 1월
평점 :
꾸준히 아메리카 인디언 문학에 대해 출간을 해오고 있는 출판사의 홍보가 눈에 들어왔다.
'윌리엄 포크너'에 비견된다는 말, 저자 자신이 워싱턴 아메리카 원주민 소설가로서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부족의 이야기를 토대로 그린 이 작품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자 인생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루이스 그녀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남자 바티스트, 원주민이자 경찰관인 찰리 킥킹 우먼, 여기에 원주민 땅을 거의 개인 소유처럼 가지고 있는 백인 남자 하버 스토너를 중심으로 이어가고 있는 내용은 원주민 자치구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원주민들의 현실과 함께 루이스가 성장하면서 겪는 일들을 들려준다.
방울뱀의 아들로 불리는 바티스트를 수녀들이 아무리 길들이려 해도 길들일 수 없었던 원주민 특유의 강인함은 루이스가 그를 멀리하고 싶은 마음과 때론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마음의 혼선들이 엮인다.
여기에 그녀를 어릴 때부터 지켜보며 사랑해 온 유부남 찰리, 그녀에 대한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 스토너의 심리들은 메마르고 인디언 섬머의 계절이 지나면 배고프고 추운 겨울이 닥치는 그곳에 대한 절망을 함께 보인다.
스토너를 이용해 그곳을 떠나고자 했던 루이스를 중심으로 상대방을 소유하고 있다는 그릇된 욕망의 발산으로 이어지는 폭력과 불륜, 바람 잘날 없는 루이스의 가정사를 통해 그린 인디언 원주민들의 현주소는 기존의 출판작들과 함께 여전히 그들의 삶 모습이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상대는 우리를 소유하지. 그건 그들이 우리를 사랑해야 한다고, 우리가 생각하기 때문이야. 바로 그렇게 그들은 우리를 가진단다.”
아내가 있음에도 그녀 곁을 맴도는 찰리의 마음도 답답하지만 루이스가 보인 행동 또한 상황에 주어진 여건에 따라 자신에게 유용한 점을 이용해 목적에 도달하려는 모습들이 불안하고 안쓰러우며 진정한 사랑의 대상조차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안타까운 행보가 그녀의 성장과 맞물려 이어진다.
백인들의 정책 속에 자치구 안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향한 냉정한 시선들은 찰리의 경우 더욱 어중간한 위치를 통해 그려낸다.
백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찰인 신분이지만 백인 경찰이 그를 무시하는 태도나 같은 원주민들이 그를 볼 때 백인 편에 붙어 경찰일을 하고 있다는 의식의 눈초리, 그런 그만이 아니라 루이스를 대표로 하는 백인 남자와 결혼함으로써 자치구를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심정들은 탈출구조차 희망에 걸고 살아가는 그들의 갑갑한 현실의 모습이 아프게 다가온다.
찰리를 빼면 등장인물들의 시점이 3인칭 시점으로 그려지는 구성으로 인해 독자들은 그들의 사랑에 대한 욕망과 질투, 여기에 이 모든 것을 휩쓸어버린 사건을 통해 한 발짝씩 성장하는 루이스를 들여다볼 수 있다.
풍요로운 이미지는 없는, 가난과 폭력이 난무하며 배움의 부족함이 있는 곳, 그런 가운데 전통적인 축제와 모호한 분위기 속의 인디언들이 믿는 전래 이야기와 전통의 조합은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함께 알듯 말 듯 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가혹하리만치 표현한 문장들 속에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저자의 글은 순탄치만은 않은 루이스와 주변인물들 간의 관계를 통해 인생의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다가온 작품이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끝까지 읽어보길 추천)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