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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임볼로 음붸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3년 1월
평점 :
열강의 침략에 의해 지배를 받아온 아프리카의 역사, 비단 아프리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아프리카의 지형적인 조건과 부족이란 이름으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특성을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 책이다.
10살의 툴라가 사는 곳인 코사와 마을에선 식수는 물론이고 농장의 가뭄, 어린아이들이 죽는 일이 다반사인 곳이다.
정부가 펙스턴 미 회사에 코사와 마을 사람들 몰래 땅을 팔아버렸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툴라의 아버지를 비롯한 아버지들은 원래의 코사와로 돌려놓겠다는 약속을 받기 위해 베잠으로 떠난 후 실종된다.
삼촌 봉고가 이후 다른 아버지들과 함께 진실을 찾고 코사와의 실정을 알리기 위해 오스틴 기자와의 만남을 필두로 벌어지는 일들은 본래의 예전 코사와를 원했던 그들을 정부의 공권력에 의해 한순간에 나락에 빠진다.
책의 구성은 여러 사람들의 화자를 통해 그들의 심정을 담은 이야기가 구술처럼 이어진다.
처음 봉고 삼촌의 입으로 통해 풀어낸 그들의 의지는 여성들과 어린아이들이란 화자로 번갈아 바뀌면서 그들의 눈으로 본 당시 참상에 대한 고발이자 독재권력을 내세운 정권과 미국의 거대 기업 간의 계약을 통해 한 마을이 어떻게 초토화되는지를 담담히, 그러나 읽는 동안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아버지라 불리는 남자들의 세계, 가부장제로 다스려지는 아프리카의 전형적인 부족국가의 구성원들이 하나의 아프리카 국가로 쉽게 뭉쳐질 수 없는 어려움, 특히 주인공인 툴라란 여성을 내세워 기존의 남성 주도권의 이야기 힘이 여성으로 바뀌면서 대지는 어머니란 이름의 강인함처럼 꿋꿋함과 여성으로서의 자주적인 삶에 대한 변천을 그린다.
여성들이 남편을 따르며 순종과 복종이 당연한 관습과 오래전부터 내려온 민속 신앙에 근거한 믿음들이 서구인 자신들이 믿는 종교를 강요하고 삶의 변화 자체를 유도한 점들을 나열한 내용들은 무슨 근거로 그들의 믿음이 저속하고 야만하다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특히 10살의 툴라가 자라면서 보고 듣고 체험한 일들의 기억들이 성인이 된 후 미국 유학을 통해 그곳에서 진보된 세계에 눈을 뜨고 아버지의 세대가 저물고 어린이라 불린 자신들의 세대가 정부에 대한 시각과 국민들의 의식을 변화시켜 보려는 노력은 어린 시절을 누리지 못했던 툴라를 위시한 그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아프리카의 천연자원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야심 찬 발굴 계획은 이미 오랜 역사를 통해 노예부터 고무채취, 여성들을 유린하며 허울 좋은 이름뿐인 아프리카의 발전을 돕는다는 이름 아래 어린아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이아몬드부터 석유, 동물들에 이르기까지 나열할 수없을 정도로 착취를 일삼는 일들이 한세대가 들려주면 다음 세대가 겪은 일들을 들려주고 그 이후 성장한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의 고민들은 또 다른 딜레마로 다가온다.
툴라가 평생 자신의 모든 것을 코사와를 위해 바쳤던 것처럼 주바 또한 누나를 응원하지만 자신의 인생 또한 누나처럼 바칠 수만은 없다는 현실적인 자각들, 무엇이 좋은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고민들은 문명화되어 가는 전개 과정과 맞물려 기성세대와 현세 대들, 현세 대들 간에도 다른 관점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처음 책의 홍보를 통해 툴라의 노력의 결과가 어떻게 그려질지에 대한 기대감들이 현실적이다 못해 이것이 진짜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부분의 일부임을, 만일 말라보, 봉고, 그리고 툴라가 이처럼 행동하지 않았다면 코사와는 그저 좋지만은 않지만 더 이상 나쁘지도 않은 삶이 이어졌을까? 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터전에서 깨끗한 물과 싱싱한 재배양식과 사냥을 하고 많은 자식을 낳으며 살길 바란 것뿐인데, 현실의 벽은 왜 이리 꽉 막힌 절벽인지, 거대기업을 상대하면서 그들의 도움 아래 새로운 정착지로 떠나거나 공부하게 되는 과정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만 하는지에 대한 삶에 대한 무수한 질문들과 제도의 허점, 빙산의 일부분인 이들의 문제점을 필두로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이 비단 아프리카에만 해당되지 않음을, 식민 시대를 겪은 역사를 지닌 나라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는 책이었다.
-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에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때때로 일어나고, 그게 바로 삶의 아름다움이 아니겠어요?- p 425
삶에 대한 불가능성을 일찍 알아버린 어린이들, 그 어린이들이 시도했던 모든 일들은 이제 후손들의 손에 이어짐을 그래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툴라의 말처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뤄간다면 언젠가는 희망의 날들이 오길...
그때는 과거 속의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가 아닌 현재의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웃으며 말할 수 있길 현실처럼 바라게 되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