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눈을 심어라 - 눈멂의 역사에 관한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탐구
M. 리오나 고댕 지음, 오숙은 옮김 / 반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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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퇴근길 지하철에서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내 앞에 서서 가던 일이 생각이 난다.


당시 매체에서만 보던 안내견을 실제로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유순하게 주인 곁에 꼼짝 않고 서서 가던 그 당시의 기억들, 마침 옆 자리가 비어 있어 그분께 알려드리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입 안에서만 맴돌던 일들이 책의 내용을 접하니 더욱 떠오른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실제로 당사자가 안내견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는 한, 권하지도 말고 안내견을 함부로 만지지도 말 것을 들은 이후  기존의 시각장애인에 대한  부분들을 알 수 있었다.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끔 사건사고를 접할 때마다 실제 겉모습은 정상일지라도 속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더욱 체감적으로 와닿았는데, 저자는 선천적으로 시각이 퇴행성 질환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분이다.



그런 그가 들려주는 눈이 먼다는 것에 대한 묘사를 들려주는 이야기는 호메로스부터 소포클레스, 샬럿브론테, 주제 사마라구, 프랭크 허버트, 데카르트, 헬렌켈러, 스티비원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보통 우리들은 일반인과 시각장애인으로 분류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해왔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달리 불러야 할 것 같다.



비시각장애인과 시각 장애인, 이 프레임으로 분류한 저자의 글은 실제 생활에서 지팡이를 짚고 보도블록의 오목하게 드러난 부분을 두드리며 걷는 분들의 모습조차 달리 바라보게 하는 생각과 함께 장애는 유동적이란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 장애인이란 인식으로 생각하지만  저자가 말한 위의 말은 장애와 비 장애의 간극은 크지 않음을, 그렇기에 여전히 사회적으로나 관습적으로 비장애 중심주의로 이어지는 시스템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던진다.



며칠 전 영화 '코다'를 봤다.



영화 내용 중 노래 실력이 뛰어난 딸의 공연 모습을 보는 부모님들이 딸이 무슨 내용의 노래를 하고 있는지 모른 채 그저 주위 사람들의 표정에 따라 의식적으로 따라 하던 행동에 이어  어느 순간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은 장면이 짧게 이어졌는데 그 영상을 보면서 처음엔 방송 사고인 줄 알았다가 감독의 의향을 깨닫는 순간 한 대 맞은 것처럼 충격이 몰려왔다.



당연히 보고 듣는 행위가 이들에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저자의 말에 따른 비청각장애인 일반인들도 한번 이 순간을 그들처럼 느껴보란 의미처럼 다가왔기에 이 책을 접하면서 다시 그 장면과 함께 비 시각장애인 또한 제한된 시각으로만 본다는 사실을 느껴보게 됐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저자에 대해 새삼 고마움을 느끼며 읽었다.



무심코 말하는 수식어조차도 잘못된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된 시간, 무엇보다도 무관심에서 조금은 관심 쪽으로 바라보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책의 표지는 점자가 함께 나온다.


활자도 일반 책 보다 크고 읽기에도 수월하게 배려한 부분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특정하게 구분할 수 없는 문화 예술비평이자 에세이,  한번  읽어보길 추천해 본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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