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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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상상력들을 무너뜨린 작품, 읽고 나서는 '사랑의 역사'란 말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과 더욱 가까운 노인 레오 거스키와 소녀 엘마 싱어의 이야기로 교차되는 이야기의 구성은 그의  시점에서 들려주는 인생에 대한 역사이자 역사란 길에서 한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하고 이끌어가는지를 다룬 글들이 인상적이다.




폴란드 유대인인 레오가 사랑하던 연인 앨마와 나치의 침공으로 헤어지고 앨마가 미국으로 가게 되면서 헤어지는 사연, 뒤를 이어 그도 미국에 오지만 그녀의 삶은 자신과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살기 위해 열쇠공으로 일하면 살아온 내내 그녀에 대한 사랑을 잊지 못한다.




삶에 대한 낙이 없었던 그에게 어느 날 그의 집 앞으로 온 소포하나, 그것의 정체는 그가 그녀를 사랑하던 시절에 썼던 소설이었다.




어린 소녀 엘마는 자신의 이름이 아버지가 '사랑의 역사'란 책 속 여주인공 이름에서 지어진 사실과  번역일을 하는 엄마에게 '사랑의 역사'란 스페인어로 쓴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달라는 익명의 편지를 보고 의뢰를 부탁한 사람이 누구인지,  자신의 이름과의 같은 작품 속 인물과의  연관성을 궁금해하며 추적해 나간다.




책의 구성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을 잊지 못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진실을 감추어야만 했던 사랑, 엄마를 생각하는  자식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을 생각하는 사랑, 사랑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담아낸다.




사랑의 역사란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랑의 역사란 책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러한 관계들의 궁금증은 마스터리 형식을 취한 듯하면서도 사랑에 대한 기억과 고통, 노년에 이른 고독들이 세분화되어 그려져 읽기 전에 상상했던 이야기보다 훨씬 독창적인 구성으로 이뤄졌단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다층적인 형식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생 이야기가 모아져 하나로 만났을 때의 진한 감동은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이란 생각이 든다.




앨마란 이름으로 엮이는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드러내 보인 사랑의 이야기들,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은 했으나 역사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진 인생과 그 이후의 여러 가지 사랑을 담은 내용들은 모두가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  그렇다고 내 삶이 거의 끝났다는 것은 아니다. 인생에 관해 가장 인상 깊은 점은 그 변화 능력이다. 어느 날 우리는 사람이었는데 다음날 그들은 우리가 개라고 한다. 처음에는 견디기 힘들었지만, 한참 지나면 그것을 상실로 여기지 않는 법을 터득한다. 심지어 짜릿한 흥분을 느끼며 깨닫는 때도 있다. 변함없이 유지되는 것들이 아무리 적어도 우리는, 달리 적당한 표현이 없어서 '인간으로 살기'라고 칭하는 노력을 여간해서는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즐거움이 깃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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