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 기억
아니 에르노 지음, 백수린 옮김 / 레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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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인 경험이 녹아있는 자신의 삶을 이용한 문학을 써온 2022년도 노벨문학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신작이다.



출간 당시 연도는 2016년, 당시 76세의 나이로 이 작품을 쓰기까지 정확히는 쓰지 않으면 안 됐던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는 데에 이전 작품을 떠올려 보면 십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단,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이야기의 주된 내용들이 단지 작가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닌 읽는 독자 나름대로 많은 감상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958년 18살이 채 되기 전 여자아이는 부모의 곁을 떠나 여름 캠프 S에 지도강사로 떠난다.


부모의 간섭과 규율이 엄격한 가톨릭 기숙학교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에 간다는 설렘, 또래 아이들이 사용하는 평범한 언어조차도 쓸 줄 몰랐던 여자아이는 성에 대한 궁금함,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다는 희망들이 섞인 마음을 품고 도착한 곳에서 H라 불리는 책임 지도교사와 밤을 같이 보낸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동의조차 없었던 그 밤을 함께 보낸 여자아이는 이후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 지도강사들의 시선, 경멸과 웃음 섞인 말조차도 무슨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지를 모른다.



그저 대천사라고 생각하는 H에 대해 사랑이라고 느끼는 마음은 이후 여자아이의 이전과 이후의 삶의 대변화를 가져온다.



독특하게도 저자는 1958년의 여자아이를 타인이란 대상으로 바라보듯 과거 속의 액자형식처럼 그리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이 곧 그 여자아이임을 동일시하며 타인에 의해 자신의 의지가 무너지고 굴복하는 과정, 여기에 H가 자신을 다시 바라봐주길 바라는 마음에 대한 기대감들이 어떻게 현실 자각을 통해 깨우쳐가는지를 그린다.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그렇고 그런 여자애로 불린 여자아이는  스스로 창녀들 만세라 쓴 거울 앞, 생리가 멈추고 폭식증을 경험하면서 철학과 시몬느 보바르의 글을 통해 비로소 수치심이라고 느낀 부분들을 알아가는 성장의 모습이 자신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한 여자아이의 성장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가혹하단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런 여자아이가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노동계층에서 자란  자신의 환경과 상류층 아이들과의 간극을 경험하고 학교 선생님, 작가로서 글을 쓰기까지의 솔직한 내면의 생각들은 과거와 현재의 여자아이와 지금의 나란 동일인으로  동률시되는 지점까지 이르렀을 때 비로소 그녀를 과거 속에 꺼내어 마주 보는 진행이 담담하게 이어진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인생의 한 부분에서 마주치는 불합리한 사회적인 분위기와 여자 아이란 대표적인 명칭을 통해 를 느낄 수 있는 자신의 치부와 사랑에 대한 실체를 보인 저자의 글들이 와닿는다.




 '해체'라는 키워드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좁히면서 다시 분리한 저자의 작품 속 내용은 글쓰기에 대한 저자만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녹아있고 그런 점에서 현재의 H를 찾고 그가 이룬 가족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우리는 다른 이들의 존재 속에, 그들의 기억 속에, 그들이 존재하는 방식과 심지어 행동 속에 어떻게 남아 있는가? 이 남자와 보낸 두 밤이 내 인생에 영향을 미쳤음에도 나는 그의 인생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는, 이 믿기 힘들 만큼 놀라운 불균형.


나는 그가 부럽지 않다. 글을 쓰고 있는 건 나니까."로 대변한다.

 



따라서 저자는 1958년 붉은 표지의 수첩에 글을 적었던 여자 아이의 모습에 이어 이 이야기가 지금의 글쓰기라는 안식처에 다다르기까지의 위태로운 횡단의 이야기임을 밝힌다.







알고 싶은 것도 많고 사랑에 대한 희망도 가졌던 1958년부터 1960까지 2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여자아이가 겪은 수치심과 모멸감에 이어  지난했던 아픔의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의 삶의 주체성은 바로 나 자신이란 생각을 갖기까지의  내용을 담은  성장사는 글쓰기를 통해 아픈 과거를 마주하고 그 과거 속을 탐사하고 분석하며 집요하게 여자 아이를 대하고자 했던 저자의 글이라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 작품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 그 순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 지닌 무시무시한 현실성과 몇 년이 흐른 후 그 일이 벌어진 일이 띠게 될 기묘한 비현실성 사이의 심연을 탐색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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