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심장 가까이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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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문학의 탐구를 추구하는 암실 문고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제목 자체도 날것의 의미를 느껴볼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한 작품은 의식 흐름의 진행을 통해 읽는 동안 이런 일련의 진행을 쓴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를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인 주아나, 오타비우, 리디아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진행이 순서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의식의 꿈속에서의 경험처럼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형식으로 그려진다.



이른 엄마의 죽음, 아빠와 살다 숙모 집에서 숙모와 함께 살던 기억, 이어서 기숙사 생활과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사는 법에 대해 알아가는 생각들, 여기에 리디아를 버리고 자신과 결혼한 오타비우와의 생활들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불협화음이 들어있다.



어린 시절 혼자서 거의 모든 것을 다했던 주아나의 성장은 조숙하다 못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관점이 연민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이 오타비우와 리디아를 대하는 것이나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하나의 기준처럼 이어지는 태도는 문장들의 구절들이 들쑥날쑥 정형화되어 있지 않기에 어느 면에선 파격적이란 생각마저 든다.



시적인 문장이 있는가 하면 에세이처럼 다가오는 부분들도 있으며 때때로 자신의 감정 기복에 맞는 공포와 고통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낸 문장들은 쉽게 읽히는 부분들이 아니라서 읽는 시간이 조금을 필요로 한다.



주아나의 시선, 이어서 오타비우가 바라보는 주아나에 대한 관점, 특히 리디아가 주아나를 만나면서 느낀 감정들은 주아나란 한 인물에 대해 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린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결혼 부분에 관해 주아나는 결혼은  불행할 자유, 고독, 권태를  허락하지 않는 공동의 죽음을 향해가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그 누구보다도  진실된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 제대로 된  사랑의 감정을 깨달음을 아직 알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챈 리아나의 시선으로 인해 되려 갈망이 더 높다는 것을 드러낸 장면으로 남는다.




- 삶의 고리들을 열고 닫으며, 그것들을 내던지고, 시들고, 과거로 가득 채워진 채, 새로 시작한다. 그것들은 어째서 하나의 덩어리로 합쳐져 인생의 바닥짐이 되어 주지 않고 저렇게 각자 외따로 존재하고 있을까?

그것들은 각자인 채로도 너무 온전했다. 하나하나의 순간들은 너무도 강렬했고, 붉었고, 단단히 응축되어 있어서 존재하기 위해 과거나 미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경험에 속하지 않는 지식을 가져다주었다. - p 160




감정의 기복이 심한 주아나가 보인 행동과 말, 꿈들을 통해 다소 파격적이면서도 한편에는 소녀다움 모습을 보인 반대의 흐름들은 기존의 정형화된 패턴의 작품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조금은 낯설다는 생각, 반대로 의식 흐름에 익숙한 문학을 접한 독자들이라면 새로운 비 정형화된 문학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 읽게 되는 작품, 감정선들의 표현이 예술적으로 표현한 부분들이 많아 소설 속에 철학적, 에세이, 시의 기분을 느껴본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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