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0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가한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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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의 네 번째 책인 [배반]-


빠르게도 한 작가의 작품 출간이 독자로서 저자의 작품 세계관을 더욱 뚜렷이 살펴볼 수 있어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든다.


전작들에서도 보인 바와 같이 동아프리카 역사의 한 궤의  축인 디아스포라, 제국주의, 그런 소용돌이 속에 인간들의 인생 흐름들을 절묘하게 그린 저자의 작품들은 이번 작품 또한 그 연장선으로 생각해보게 한다.



1899년의 식민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초반부 이야기인 마틴과 인도인과 아프리카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들을 부르는 '초카라'라고 불리는 레하나와의 사랑 이야기는 당시의 분위기를 생각해볼 때 분명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던 사랑 이야기다.



그것이 종교와 관습, 여기에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자(남편)를 기다리다 지친 레하나란 여인의 운명이 백인 마틴을 만나고 인생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또 다른 운명에 휘말리는 내용은 2. 3부에 이르면서 시대를 훌쩍 넘어 50년대~60년대의 격동기의 아프리카 역사를 통해 작품 속 진짜 화자인 라시드의 회상으로 펼쳐지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단란했던 가정의 막내였던 라시드는 형 아민과 레히나의 손녀 이혼녀 자말리와의 사랑과 연애가 부모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을 본 상태로 영국 유학길에  오르고 국내 정세가 독립과 다시 혁명군들에 의해  불안해지면서 고국을 밝지 못하고 주저앉게 된다.



편지를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수단으로 위안을 삼던 라시드,  영국은 고국과 타국이란 경계에서 잠시 머물다가는 여정이란 생각을 지닌 그가 겪는 이방인이란 존재의 실체와 고국의 가족들의 소식을 통해 위안과 안도, 그것이 점차 암울한 정세에 따라 자신만이 그 모든 것을 뒤로한 채 평화를 가장 한 타국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는 자책감을 동반한 감정의 느낌들이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 비로소 이방인에 대한 영국인들의 홀대와 차디찬 시선들을 이기고 그 사회 안에서 살아가고자 노력할 수밖에 없는(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회 전반적인 시선들과 움츠림) 디아스포라의 전형적인 시발점들을 인정하고 장착할 수밖에 없는 고독과 안쓰러움이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읽는 동안 라시드가 작가의 자전적 모습처럼 보인 부분이 문학 작품의 허구이자 실제처럼 다가온 것은 원치는 않았지만 역사라는 줄기에 몸담고 살아가는 인간의 운명이란 길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단 점에서 저자가 그리고자 한 디아스포라의 애잔함을 느껴볼 수 있다.

 


작품의 제목인 배반은 그런 의미에서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



마틴이 임신한 레하나를 버린 배반, 아민이 평생 지울 수 없었던 사랑의 대상인 자밀라를 저버린 배반, 라시드가 고국과 가족을 고의는 아니었지만 저버릴 수밖에 없었던 배반은 영국 식민주의 시대와 국내의 잔혹한 전복 사건들을 통해 종교, 이데올로기, 관습에 따라 부모의 뜻을 저버리지 못한 아픔들이 모두 섞여 저마다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벌어진 진행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떠났으나 진정 떠난 것은  아닌 고통과 죄책감을 지니고 살아가는 라시드의 눈을 통해 동아프리카의 식민시대의 역사와 그 역사로 인해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디아스포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저자의 작품은 특히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 인생의 한 단면처럼 여겨지게 한다.







사랑의 배반이  연이어 배반으로 돌아온 흐름들, 결국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채 끝났다는 점에서 원 제목인 desertion에 담긴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왔다.(배반, 도주)



읽는 동안 고향을 잃는다는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던 등장인물들의 인생을 통해 먹먹한 마음과 함께 작품의 읽고 난 후에도 여운이 많이 남았다.



아마도 식민 시대란 역사를 경험했던 우리나라 역사를 함께 떠올릴 수밖에 없는 시대 흐름들도 그렇고 저자의 작품에 대한 느낌을 글로 적기에는 착잡하고 복잡한 마음이 더 앞서 생각처럼 글로 이어질 수없었던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작품들보다 이번 작품이 훨씬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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