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거라, 찬란한 빛이여…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호르헤 셈프룬 지음, 윤석헌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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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위대한 증인이자 부헨발트 수용소 생존 작가이자  자전적 소설로써 자신의 청소년기를 다룬 작품을 쓴 호르헤 셈프룬-



부모님의 가계도가 워낙 유명한 집안으로 태어날 때부터 작가가 되란 소리를 듣고 자란 저자가 들려주는 내용은 역사적인 소용돌이 속에 한 개인사의 부침이  담겨있다.



스페인 내전이라는 세계사 역사에서 한 장면을 차지하고 있는 시대적 배경을 고스란히 체험한 저자는 책 제목에서 다룬 것처럼 내전 이전의 청소년기를 자신의 인생 중 찬란했던 시절임을 고백하며 그 시대를 회상하듯 들려준다.




1936년 시작된 스페인 내전은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정국으로 온 국민들은 물론이고 각국의 영향권이 합쳐지면서 분열되는 양상으로 치닫는다.




이 시기에 아버지가 재 네덜란드 스페인 공화국의 공사로 파견됨으로써 고국을 떠나 네덜란드를 거쳐 파리에서 학교를 다니는 과정인 시기에 경험했던 내용들은 일찍이 종교에 대한 거부, 삶에 대한 그만의 철학들, 자신의 가족들을 돌봤던 장마리 투수의 영향으로 볼레르에 심취하는 모습들에 이어  말로의 '인간 조건', 마르탱 귀 가르의 '티보가의 사람들'이란 작품들에 심취하는 시기로  이어진다. (오랜만에 접해보는 프랑스 작가 작품들이라 반갑기 그지 없었다.)




- 결국 삶의 의미가 삶에 있다 해도, 삶의 가치는 삶보다 우위에 있다. 삶은 그보다 우위에 있는 가치들을 통해서 초월된다. 그러니 삶은 최고의 가치가 아니다. 반면, 삶이 최고의 가치였다면, 처참했을지도 모른다. 역사상 실천에 있어 삶을 최고의 가치로 고려했을 때, 그것은 매번 역사적 재난이 되었다. 인간들이 삶을 항상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다면, 실제 세계는 속박 상태로, 사회적 소외 혹은 만족스러운 순응주의 속으로, 끊임없이 다시 빠져버렸으리라. - p 43~44





책은 시대순으로 쓴 것이 아닌  1925년부터 1990년 프랑코 사후 문화부 장관을 지내며 마드리드 알폰소 11세 거리의 장관 공관에 거쳐했던 시기들이 그때그때마다 떠오른 기억 소환을 통해 그린 흐름이기 때문에 천천히 읽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의 인생을 크게 펼쳐 나눈 부분들은  세계정세로 인한  파리에서 스페인 공화국의 패배, 이어 독일의 프라하 점령과 폴란드 침공, 영. 프랑스의 독일에 대한 선전포고들, 이어서 반파시스트 운동의 레지스탕스 운동에 뛰어들다 체포돼 부헨발트 수용소에 보내지고 수용소 안에서 겪은 일들까지 그야말로 좋게 말하면 한 시대를 풍미한 일면을 지닌 자로 인식될 수도 있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읽은 이 책의 제목이 너무도 와닿는다.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평온하고 행복했던 단란한 한 가정의 모습과 청소년 시기에 한창 즐겨야 할 모든 경험들이 역사적인 현장으로 빨려 들어가고 그 이후 과거를 기억하는 순간만이 행복했음을 느끼게 하는 마음이 어떠했을지, 저자가 수용소의 충격에서 벗어나 이 작품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은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전쟁의 후유증과 사상들을 통해 느껴볼 수가 있다.  




책의 두께는 그다지 두껍지 않은데 문장 자체 하나하나가  지적이면서도 유려하게 쓴 글들로 가득 차 있어 한 장면을 묘사한 부분이라도 허투루 읽을 수 없는 글의 맛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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