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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유토피아 - 에덴의 기억이나 예감이 없다면 숨을 쉬는 것도 형벌이다
에밀 시오랑 지음, 김정숙 옮김 / 챕터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루마니아 철학자이자 작가인 에밀 시오랑의 에세이다.
고국이 루마니아지만 당시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으로 편입된 배경과 이후 학업을 이어나가면서 고국인 루마니아와 프랑스를 오고 가던 생활은 결국 프랑스로 건너가 장착하게 된다.
이후 루마니아어를 버리고 프랑스어로 집필한 책들은 "언어를 바꾸면서 나는 내 인생의 한 시절과 결별했다'라고 회고한 말로 그의 일생을 대변한다.
6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각 내용들을 통해 저자가 담고 있는 내용들은 냉혹하다는 느낌이 적절할 것 같다.
첫 번째 에세이 [두 유형의 사회에 대하여]는 루마니아 철학자인 콘스탄틴 노이카에게 보내는 편지로 그 편지 속에 담긴 자신의 생각을 통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회를 비교하는 글로 시작해 권력과 역사의 흐름에 대해 다룬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역사는 정해진 방향이나 목적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 그저 나아가는 것, 그것뿐이기 때문이고 강한 자가 권력을 잡는다고 말한다.
[러시아와 자유와 바이러스]에서는 러시아의 종교인 동방정교회와 사회주의 체제가 서방의 기독교와 민주주의와 대립되는 관계로 보는 시각이 인상 깊었다.
자신들의 정체성 확립 차원으로 동방정교회를 택함으로써 서유럽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되는 역사를 바라본 그의 관점은 과거 럭시아 제국의 역사를 통해 요즘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현 러시아를 떠올려보게 된다.
모든 장들마다 그의 생각이 담긴 내용들 중에서 이 책에서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유토피아를 다룬 글이다.
-원칙적으로, 기본 방향으로 나쁜 일이란 일어나지 않는 유토피아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어둠이 금지되어 있고, 빛만 허용되는 곳이 유토피아다. 이중성을 찾아볼 수 없는, 본질적으로 반 (反) 이원론적인 세계다. 비정상, 기형, 불규칙을 배격하고 획일성, 전형, 반복, 정통만을 고집한다. 그러나 생명이란 단절이고 이단이며, 물질적 기준에서 벗어난 예외다. 인간은 이단의 하위 범주다. 개인성과 일시적 기분이 승리하는 비논리적 출현이다. - P 157
인간들이 꿈꾸는 이상향인 유토피아에 대한 갈망과 희망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으로 쓴 글은 당시 시대적인 배경과 그의 살아온 인생의 경험으로 미뤄보건대 이렇게 바라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출간 연도가 1950년대에 썼고 1960년대에 출간됐다고 하니 그 당시 분위기를 생각해 보면 이런 염세주의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단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들이 꿈꾸는 이상향은 어딘가에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낭만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픈 마음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처음부터 익숙한 글의 흐름이 아니라서 낯선 부분들이 있지만 차츰 그의 글 방식에 젖어 읽다 보면 저자가 주장한 글의 흐름들에 묘한 매력을 느껴보게 되는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