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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 1 - 왕의 목소리
임정원 지음 / 비욘드오리진 / 2022년 10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024/pimg_7136731163603617.jpg)
-중금 (中禁)
고려의 7대 왕 목종 때(재위 : 997~1009)인데, 『고려사』, 『세종실록』, 『경국대전』 등의 사서와 법전을 통해 그 실체를 추정할 수 있다. 고려 때 중금의 주요 임무는 국왕과 왕실의 주요 인사를 호위하는 것이었고, 병력은 24~40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왕을 호위하고 궁을 지키던 친위 부대를 금군(禁軍)이라고 하는데, 중금을 중금군(中禁軍)으로 표현한 기록으로 보아 금군에 속한 특수 부대였을 가능성이 있다. 『세종실록』에 이르면 중금에 대해 어전에서 왕의 음성(어성)을 대신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용모가 단정하고 목소리가 좋은 자를 선발했다고 자격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에는 궁궐의 관리와 안내, 왕명 전달을 담당한 기관인 액정서의 심부름꾼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상의 기록으로 추정하건대 중금은 고려와 조선 초를 거쳐 조선 후기에 이르면서 차츰 그 역할과 위상이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당파와 당쟁 싸움, 그중에서 숙종부터 영조에 이르기까지 각 당파들의 지난한 경쟁은 그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알고도 당하고 억울하게도 당하던, 파리보다 못한 목숨을 부지하던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 '중금'은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장작으로 드라마화로 결정 난 작품이다.
소론과 남인의 세력을 업고 왕위에 오른 경종은 노론이 지지하고 있는 연잉군(영조)을 왕세제로 책봉하고 이어 대리청정 요구까지 하는 노론의 압박이 펼치는 정세 속에서 관료들의 권력 위주의 정치를 혁파하기 위해 비밀리에 국금(國禁)을 중금 이재운에게 남기며 후세 왕에게 전할 것을 명한다.
국금(國禁)이란 임금의 유지이자 그것을 전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중금이란 직책을 지닌 재운은 이를 지키기 위해 어명을 받든다.
- "국금이라고 들어보았느냐?"
'나라에서 금하는 '일'을 두고 묻는 것은 아닐 것이었다. 재운이 뭐라 대답하기 전에 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왕이 남긴 비밀을 목숨을 걸고 지키는 자를 일컫는다."
그러나 숙종 때부터 시류의 흐름을 타고 상선내시로 있는 서승을 비롯한 노론 세력들이 국금이 발동했음을 감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재운에게 왕 시해에 가담했다는 음모를 씌워 죽이고자 한다.
하지만 재운의 동료이자 친형제같이 지내던 신효명이 그를 살리기 위해 대신 죽음을 자처함으로써 재운은 국금을 간직한 채 달아난다.
조선이란 나라 태생 자체가 고려말의 왕권으로 인한 폐해가 어떻게 진행되고 멸했는지를 알고 있었던 자들의 힘으로 세워진 나라였던 만큼 왕권 강화에 대한 견제를 통해 균형 있는 정치를 우선시했지만 이는 곧 반대로 관료들의 막강한 힘이 왕이 하고자 하는 정치에 간섭하고 좌지우지하는 형태로 변해버린 시기를 허구와 사실이 적절히 섞인 역사소설로써 그려낸다.
국금을 받든 이((國禁)는 왕의 사후 10년이 지난 후 차기 왕에게 선왕의 국금을 알려야 하는 중금이란 직책이 얼마나 중요하며 왕의 뜻이 곧 자신의 입으로 발설하는 순간 정치권력 판도에도 큰 변혁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자각하며 숨어 살던 재운이 그의 아들 지견에게 대물림하는 진행 과정은 촘촘히 역인 인물들 간의 관계도를 통해 경종부터 정조에 이르는 시대를 긴장감 있게 그린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그때의 상황들과 아들을 죽임으로써 왕권 강화에 대한 기조를 다지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중금이란 직책을 통해 왕과 백성들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하는 소설은 정조에게 국금이 전해지기까지 목숨을 걸고 지킨 이들의 사연이 아프게 그려진다.
왕은 하늘이 내린 자라 했지만 중금이란 직책을 지닌 자 또한 하늘이 내린 자가 아닐까 싶었다.
그 모진 세월을 견디고 왕의 국금을 지키기 위해 목숨마저 버릴 수 있다는 책임감, 혀를 깨물고서라도 발설하길 거부해야만 했던 사명감은 군신유의요, 붕우유신의 전형처럼 다가왔고, 마지막 반전의 허구 창작은 진정한 나라의 근간을 세우고 백성이 주인인 나라여만 한다는 경종의 국금을 통해 오늘날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시대에도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읽는 동안 연신 각 등장인물들이 누가 캐스팅될지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드라마로 만난다면 모처럼 역사 사극의 재미를 느끼면서 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의 음성, 음색, 말투는 물론 구화술, 문, 무를 겸비한 중금의 세계를 통해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간 이들의 각 사연들이 아프게 전해지는 소설 작품, 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둔 그들의 세계가 어떻게 드라마로 나올지 정말 궁금하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