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

의존 - 코펜하겐 삼부작 제3권 ㅣ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1.2 부를 이어오면서 한 작가의 삶을 투영하는 내용들이 때론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로 인해 타인의  삶을 엿보는 듯하게 다가온 코펜하겐 3부작-

그 마지막 3부인 '의존'을 대하면서  읽고 난 후엔 그녀의 삶을 이해한 부분도 있지만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는 작품이다.

아버지 연령에 해당되는 비고 F와의 첫 결혼생활이 부부간의 애정 관계가 없는 문학에 대한 공통점을 지닌 채 무감정으로, 그렇지만 여전히 그에게 의존하는 삶을 살았던 토베가 자신의 작품을 출간하고 유명해지는 순간들은 비로소 인정받는 행복의 시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를 두고 대학생 에베와의 불륜을 저지르는 행동과 이혼을 요구하고 이어 에베와 결혼하면서  둘 사이에 딸을 낳고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 이어 의대생 카를과의 만남으로 다시 불륜을 이어가면서 약물 중독에 이르는 과정, 다시 마지막 남자인 빅토르를 만나는 진행들은 1.2부에서도 보인 건조함  그 자체로서 독자들을 이끈다.

 -'사랑에 있어서 끔찍한 점이 있다면 그거예요.'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다는 거요.'

이 작품 전체에서 주요 내용은 임신 중절과 약물중독이다.

출산 과정을 겪으면서 성 불감증에 대한 문제로 이어지는 흐름들은  다시 임신을 하면서 어렵게 회복한 둘 만의 사이가 깨질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중절로 이어졌다는 사실과 의대생 카를과의 관계는 사랑보다는 그가 주는 약물 투여를 희망하고 사랑했다는 점이 그녀의 인생에 어떤 아픔과 고난으로 이어졌는지를 담담하게, 때로는 사이사이 문장들 빈 틈 속에 느낌들을 떠올려보게 하는 진행이 여러 가지 감정선을 동반한다.

소설과 시를 씀으로써 그 순간만이 자신이 온전히 살아있음을, 재활과 다시 중독에 빠지고 이혼과 결혼의 반복된 점철된 삶, 그녀가 오로지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의존, 바로 약물의 세계뿐이었다.

- 그렇게 나는 섬뜩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 갈망은 나무줄기 속의 부패병처럼, 혹은 모체가 아무런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않아도 자기 혼자 자라나는 태아처럼 내 안에 있었다. -p.226

결혼의 주된 파탄의 책임인 불륜을 하는 과정에서 사랑에 쉽게 빠지고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점에는 그녀의 삶을 읽는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약물에 서서히 빠져드는 과정과 재활에 대한 노력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생활을 이루기 위해 애를 쓴 모습들은 작가이기 전에 엄마로서의 모습을 보인 듯한 장면으로 사실적 체험이 그대로 투영된다.

무엇보다 토베 자신의 삶을 마치 연극 무대 위의 배우들 대사와 행동처럼 짧은 문단으로 이어지고 그럼으로써 더욱  강하게 와닿게 쓴 글들은 그녀의 특별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고통스러운 노력과 의지의 소산들이 무너졌을 때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작가로서 글을 쓴다는 것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그녀, 탈선을 통해 리얼한 삶의 극치를 그린 저자의 삶이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