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양장)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접했을 때의 강렬함이 여전히 남아있는 작품 중 하나-


이번에 새롭게 개정판인 양장본 출간 소식을 접하고 (당시 읽었던 판본은 1993년 출간) 새롭게 만난다는 설렘과 함께 다시 구매를 해야 하나? 에 대한 생각을 거듭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결국 지름을 했지만 말이다.



어떤 특정 작가의 작품을 대한 이후 그 작가가 쓴 다른 작품들에 대한 궁금증들이 계속 다른 작품들을 찾아서 읽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 작품 또한 그런 범주에 속한다.


영미 문학권이 아닌 동유럽 문학권에 속하는 배경과 읽으면서 빠져드는 저자의 상상력을 통한 글의 필력이 나에게는 당시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름의 알파벳 순서만 다른 쌍둥이 형제 루카스(Lucas)와 클라우스(Claus)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총 3부작 구성으로 이뤄진 작품은 처음부터 완간된 작품으로 출간된 것이 아니다.


작가 스스로도 3부까지 쓰게 될 즐은 몰랐다고 하는데 각각 연작시리즈로 나온 것이 아니라 몇 년의 텀을 두고 나온 책이기에 독립적으로 읽어도 무방할 만큼 아주 개성이 강한 소설이다.  



비밀의 노트라 붙여진 제1부는 어린아이들이 겪는 전쟁통의 상황에 자신들이 살아가는 일말의 동요 없는 삶의 무미건조한 생활양식을 보여준다.  



같은 어휘라도 생각한 대로 말할 수 없단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나 할머니를 협박하는 과정, 스스로 먹기 위해서 노동을 해야만 한다는 일깨움, 세를 들어서 살고 있는 동성애적인 경향과 성적 이상의 행동을 하는 장교들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철저한 고독과 감정의 메마름을 전달하기에 충분한 글이 돋보인다.  



길지도 않게 서술하면서 짧은 대화 속에 그 많은 것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쓴 글은  끔찍하면서도 그 상황이 블랙유머를 유발하면서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묘한 맛을 느끼게 해 주는 데서 독자들은 손에서 놓은 수 없는 매력에 푹 빠져 단숨에 읽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2부에서 비로소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철자의 순서만 다른 두 쌍둥이 이름이 나오면서 한 사람은 남고 한 사람은 국경을 넘으면서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시각이 루카스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낳은 불륜의 아들을 낳은 야스민과 자신의 신체에 콤플렉스를 느끼고 자신만 바라봐주길 원하는 그녀의 아들 마티아스, 인간 교류가 없는 당 서기 페테르. 도서관 서기인 연상녀 클라라. 불면증 환자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우울함 내지 가라앉는 삶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3부에선 클라우스의 시각으로 본 자신들의 이야기다.  


완전히 뒤집히는 반전의 묘미를 알게 해 주는 이 이야기는 무엇이 진실이고 허구인지을 온통 헷갈리게 한다.  


1. 2부가 전형적인 삶의 실루엣을 온전히 살아온 방식을 보여준 것이라면 3부는 위의 이야기들이 어떤 식으로 반전이 되는지에 대한 글쓰기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야말로 허를 찌르는 글의 구성력은 예측지 못한 부분들의 진행으로 이어짐으로 해서 문학의 맛을 색다르게 접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실은 한 사람의 몸으로서 자신의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서 생각해 낸 자신의 또 하나의 분신으로 클라우스를 만든 것인지, 아니면 루카스란 인물을 만들어 낸 것인지... 엄마. 아빠, 할머니의 비밀들도 모두 허구였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 책은 작가가 말했듯 글쓰기만이 온전히 자신이 가질 수 있는 목표란 사실, 시대상으로 2차 대전을 상상하게 만드는 곳곳의 표현들로  짐작하게 하는 글의 시간성 흐름이란 장치를 통해 당시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다.  






특히 전쟁 속에서 원색적인 묘사나 어린아이의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폭력적인 묘사들은 건조한 문체로 인해 그 상황들에 대한 몰입을 냉정하게 바라보게 만들었다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서, 또 다른 분신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노트에 하나씩 적어간 사실들은 어린이가 오랜 세월 고독 속에서 몸부림치며 그 나름대로의 삶을 영위해왔다는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단 점에서 이 책은 정말 작가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게 한 작품이다.  



각기 얇은 책 두께에 많은 표현과 유머가 특히 도드라져 보이는 문학성, 작가가 정말로 무엇을 나타내 보고 싶어서 이 책의 3부작을 썼는지에 대한 의문이 읽는 동안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 장면들을 읽는 동안 자신과 타인의 고통이 무감각한 인간으로서의 상태, 독자들은 한없는 연민과 아픔을 동시에 느끼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 고통은 줄어들고 기억은 희미해져.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아.







읽고서도 내가 생각한 이 책이 보여준 의도가 맞았는지, 아님 작가의 생각이 전혀 다른 방향을 달리 하고서 이 책을 썼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정말 가시질 않는 몇 안 되는 책 중의 하나로 목록에 올렸다.  



좋은 작품을 접할 때 주위에서 읽어보라고 권하는 책들이 있는데 그중 이 작품이 이에 속한다.


내가 좋다고 느낀 작품이 타인에겐 맞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 작품을 추천해서 실패한 기억은 없다.(강추하는 작품 중 하나.)



아직 읽어볼 기회가 없었던 분들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작품으로 그 이후 접한 작가의 작품들도 좋았지만 이 작품만큼 좋은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두고 읽어보아도 질리지가 않는 책, 재독이란 바로 이런 것에 읽는 것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