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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의 근대사를 관통하는 역사는 지금도 많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고, 이런 시대를 다룬 문학 작품들 또한 우리들의 정서를 일깨운다.
2021년도 재미교포 김주혜 작가가 그린 이 작품 또한 그 연장선에 있는 시대적 배경을 통해 민초들의 삶을 투영한다.
평안도 농사꾼 남경수가 가족들의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사냥에 나선 그날, 호랑이 발자국을 발견하지만 폭설과 호랑이 새끼를 죽일 수 없어 하산하던 중 일본 대위 야마다 겐조와의 인연은 그를 호랑이의 공격으로부터 생명을 구해주면서 맺어진다.
이후 시간은 흘러 그의 아들 정호가 12살에 경성에 오면서 깡패 무리들을 통솔하는 자리에 올라서고 가난 때문에 기생의 길을 택한 옥희를 만나면서 사랑을 꿈꾼다.
하지만 옥희는 한철과의 사랑을 이루고 미래를 꿈궜으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게 흘러간다.
시대적인 배경이 1918년부터 1964년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 현장을 관통한다.
일제의 압박 속에 가진 자들의 욕심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처지를 본 후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놓은 부자 이명보, 그의 동창 김성수와 기생 예단과의 인연은 물론이고 옥희와 한철, 그리고 정호의 사랑법은 각기 그들만의 사랑을 간직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안타까움의 행보를 그린다.
공산주의를 통해 누구나 고른 삶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던 명보의 영향으로 그의 수하 밑에서 배움을 통해 점차 성장하는 정호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처지를 벗어날 기회로 옥희와의 사랑을 버린 한철의 인생, 옥희의 죽마고우인 연화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월향에 이르기까지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시대적인 고통과 아픔 속에 때론 그것이 옳지만 외면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고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은 결과는 다른 시대를 맞으면서 공산주의자로 몰리면서 결국 선택의 기로에 서야만 했던 사람들까지 읽는 동안 그 누구의 인생도 헛되이 보낸 자는 없다는 사실들을 깨닫게 된다.
각 시대마다 극과 극의 선택이란 갈림길에 서야만 했던 그들의 인생 터닝 포인트, 특히 사랑에 대한 이별과 알고는 있지만 저버릴 수밖에 없는 외기러기 사랑들까지 저자는 한반도에서 벌어진 역사의 시대를 등장인물들을 통해 그림으로써 민초들의 삶의 다양성을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각 등장인물들마다 당시 활약했던 정치격변기의 인물들을 떠올려볼 수 있게 한 캐릭터 창조와 모든 역경을 헤치고 인생을 담아 살아가는 옥희란 인물은 불굴의 의지력 있는 호랑이를 연상시킨다.
긴 호흡으로 이어진 시대를 그려낸 작품으로써 바로 끊어낼 수 없는 흡입력 있는 묘사와 인물들 간의 감정 표현들이 읽는 내내 그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듯 다가왔다.
뒤돌아보면 모두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그녀 곁에 있음으로 해서 또 다른 삶을 이어갈 수 있었음을 깨닫는 옥희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역사의 산 증인이란 생각이 든다.
끈질긴 생명과 불굴의 의지를 통해 삶에 대한 찬사를 그린 작품,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 삶은 견딜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데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람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 P 605
*****가제본 협찬으로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