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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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의 삶을 모조리 도둑맞는다면, 그것도 나에게...


이어서 이상을 품었던 꿈을 이룬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뭐 이런 황당한 얘기가 있나 싶을까 하는 마음이 우선 들게 되지만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정말 먼 훗날 이런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의 여지는 있겠다 싶은  작품을 만나본다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인 제이슨은 아내, 아들 찰리와 함께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자신의 실험 목표를 포기하고 결혼한 그, 그의 동료의 수상 소식을 축하해 주며  집으로 향하던 중 괴한에게 납치되어 어딘지 모를 장소로 끌려간다.


괴한은 묻는다.



- 너로선 이해가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뭘 말입니까?"


"너로 산다는 게 어떤지."


"그게 무슨 뜻이죠?"(...)


"이 세상에서 네가 자리한 위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제이슨?" - p53




폭행과 약물 주입을 받은 상태에서 간신히 깨어나고 보니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고 그들로부터 귀환 축하의 인사를 받기 바쁘다.


도대체 여긴 어디며 내가 이룬 실험의 완성이라니, 아내와 아들은? 온전치 못한 몸을 이끌고 두려움과 그들의 감시 속에 제이슨은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있는 우리 집을 향하여...








《라스트 타운》 《웨이워드》 《파인드》시리즈를 통해 디스토피아 세계관과 독특한 상황들을 그린 저자의 이번 신작을 접한 느낌은 순식간에 책을 읽어버릴 만큼 흡입력이 좋다.



양자역학에서 다루는 다중 우주관을 차용해 이 세계에서 바라본 저 세계의 동질성, 그 안에서 나와 같은 모습의 나란 존재가 무수히 많아지고 그런 가운데  다른 제이슨이 나의 삶에 들어가기 위해 납치한 설정들은 도플갱어란 존재의 섬뜩함을 제대로 그려낸다.



하나의 세계에 들어가면서 내가 알던 그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 그 속에서 나는 내가 살던 그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과 극도의 심리적인 상태를 그린 내용들은 그를 쫓는 자들과의 아찔한 추격전과  필사의 다툼들을 30일 간의 여정을 통해  긴장감을 드높인다.



특히 작품 속 설정인 다중우주에서의 인간의 삶은  하나의 작은 부품처럼 다가온다.



제이슨이 겪는 심리들을 통해 무심히 지나친 순간의 모습, 감정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런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던 후회들, 결정적으로 과연 아내와 아들은 나를 제대로 된 남편이자 아빠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막막함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게 한다.



-“이런 의구심이 들어. 누가 이상적인 제이슨일까?


그런 제이슨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가장 훌륭한 버전의 나로 사는 것이겠지, 안 그래?”


“내가 하려던 말이야.” -P. 418~419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만 있는 것이 아닌 다른 세계가 있다는 다중우주론이  만약 실제로 존재한다면 소설 속 내용처럼 나의 분신들이 무수히 많아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세계의 상상은 스릴을 통해 저자의 필력으로  제대로 그 기분을 느끼게 한다.



과연 제이슨은 어떤 선택을 내릴 수 있을지, 끝까지 긴장감을 놓으면 안 되는 내용들은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고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빠른 전개의 전환과 심리들이 돋보인 SF 소설답게 곧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니 더욱 기대된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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