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궁궐 기담
현찬양 지음 / 엘릭시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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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중궁궐 안에서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걸고 살아가는 이들, 그들 중 궁녀만큼 한이 많은 사람들도 없을터, 각 개인들마다 궁에 들어온 사연들도 들어보면 기구 하단 말이 절로 떠오른다.



자신의 상전이 누구냐에 따라, 그들의 권위도 구분이 되는 시대, 조선초 태종이 다스리던 시대에 경복궁 교태전이 세워지기 전 자신이 살았던 그곳에 나인으로 들어와 궁녀가 된 백희가 들려주는 도깨비 집터 이야기를 중심으로  들려주는 연작 형태의 이야기가 으스스하다.



태종이 교태전을 냉궁으로 만들어 중전을 그곳에 안치하면서 경안궁주와 궁녀들이 한 방에 모여 괴담들을 듣거나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깊은 궁궐 내에서 궁녀들이 지켜야 할 '궁녀 규칙 조례'를 비롯해하지 말아야 할 것을 거스르는 자,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는 자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들려주는 내용들은 주술에 걸린 듯 무언가에 홀린듯한 장면들을 보인다.







사람 사는 세상에 그런 일들이 벌어질리야 있을까에 대한 의심을 무색하게 하는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과 나인이 갑자기 사라짐으로 해서 그녀는 찾기 위해 벌이는 일들은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으면 불안이란 감정을 떨쳐버릴 수 없는 심리들을 그려낸다.



보이진 않지만 분명 무엇인가는 있다는 확신이 드는 암흑처럼 어두운 궁궐, 그 궁궐 안에서 여인네들의 처지를 시대에 비쳐 보인 각박한 삶의 모습은  중전을 비롯해  궁주,  후궁이나 궁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인생살이가 고달파 보인다는 것도 이 작품의 괴담과 함께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 다가온다.





특히 '서묘 이야기'부분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작품으로 쥐가 쥐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에 담긴 속뜻도 인간사에 깃든 내용을 대유 했다는 점이 섬뜩함마저 불러일으킨다.




억불숭유 정책을 유지하려 한 조선이지만 초기엔 여전히 불교의 도움을 받는다거나 쥐부리글려 행사, 머리에 뿔이 달린 강수와 마주한 백희의 행동엔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 차후의 일이 어떻게 그려질지 미지의 열린 부분으로 그려져 궁금하게 여긴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파트를 따로 만들어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죽지 않은 한 궁궐 밖으론 나갈 수 없는 궁녀들의 한 맺힌 삶,  계급을 무시한 채 궁주와 궁녀들이 '여인'으로서 한자리에 모여 나누는 이야기, 누구를 믿고 배신당하지 않으려는 암묵 속에 살아가야만 하는 그녀들이지만 이 순간만은 모든 것을 잊은 채  그 자체만으로도 서로 위로가 되어준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판타지와 괴담, 신력이 등장하는 고른 소재로써의 이야기가 내내 흥미로웠던 작품집이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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