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사 1

재수사 1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6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장강명 작가의 작품, 가제본으로 먼저  1권을 만났다.

- "나는 22년 전에 사람을 죽였다. 칼로 가슴을 두 번 찔러 죽였다."

자칭 범인인 자가 스스로 자신의 죄를 고백함으로써 시작되는 내용은 22년 전 신촌 여대생 사건을 재수사를 하게 된 서울 경찰청 강력범죄 수사과  연지혜를 비롯한 담당 형사들이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는 과정을 그린다.

태완이 법의 발효로 인해 공소시효가 없어진 미제 사건, 더군다나 시간이 오래 흐른 뒤에 남겨진 사건 수사 일지와 증거물들은 물론 근접할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통해  범인의 실체는 누구인가에 수사력을 쏟는 형사들의 활약은 과연 이 사건이 해결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진다.

홀수 장은 범인의 고백, 짝수 장은 형사들의 사건을 밝히기 위한 장으로 번갈아가며 그린 내용은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연신 생각을 던져보게 한 문장으로 가득하다.

사건의 핵심인 범인이 초동수사에서 용의자로 제외된 채 22년간 심적으로 느낀 두려움과 고통, 그 반대인 보통의 일상생활도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의 흐름 속에는 세 가지 인물들이 그의 안에 내재되어 충돌하는 면을 통해 더욱 실감 나게 느껴진다.

죄와 벌의 로쟈, 자하로부터의 수기에 나오는 지하인, 악령의 스타브로긴은 자기들의 주장을 내세우면서  범인에게 일말의 희망을  또는 불안감에 싸인 채 다른 도발을 유도하며 특히 백치에서 등장하는 인물을 통한 전반적인 부침들을 통해  연속적으로 독자들 또한 이 세인물의 주장에 대한 의문과 생각들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추리 소설 중에서도 사회파 추리 소설로서 다져진 내용 안에는 형사 시스템이 갖는 한계와 2000년대 한국 사회의 불안감과 법 안에서의 죄에 대한 처벌과 죄를 지은 자에 대한 사회 시스템 안에서의 도덕적인 요구까지 문제 삼아 드러낸다.

특히 범인이 주장하는 새로운 도덕 법칙에 대한 주장은 민주주의, 마르크스주의, 진화론을 거쳐 도덕적 책임에 원근법 도입 제시와 신계몽주의를 내세운 주장들은 한국 사회의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통해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윤리와 도덕성에 대한 물음들을 던진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이 작품은  단순하게 읽을 작품이 아니란 것을 느끼며 읽었다.

단순하게  독자들에게 두뇌 플레이를 가동하는 작품이 아닌 2000년대 당시 신촌을 배회하며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갔던 청춘들,  사회적으로 이뤄지는 법체계와 통제를 통해 인간들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도덕성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다룬 내용들은 2 권에서는 어떻게 전개될지 여전히 감을 잡을 수 없는 흐름이라 더욱 기대된다.

**** 가제본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