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평점 :
미지의 어떤 대상을 연구하고 이에 대한 증명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안다는 것, 특히 과학에서 다루는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이제 보편적으로 이해하는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저자의 오마주처럼 다룬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을 통해 그동안 역사 속의 한 부분처럼 다가왔던 장면이 지닌 이면에는 또 다른 어둠과 빛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인류의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은 남긴 그들, 프리츠 하버, 슈바르츠실트, 모치즈키 신이치, 알렉산더 그로덴디크,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를 다룬 내용은 자신들이 연구하고 하나의 발견을 통해 강한 확신과 이에 수반된 큰 과학의 발전을 다룬 이야기들은 시종 설렘을 동반한다.
소설이란 것을 알면서도 읽는 내내 이것이 과연 소설인가 , 과학 에세이인가, 아니면 전문 교양 과학서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한 것은 과학자들이 이룬 연구 성과 과정과 그들의 내면의 연구에 대한 고뇌와 개인사들이 날줄과 씨줄처럼 촘촘히 연결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 흐름들이 완벽성을 그려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이 이룬 연구 의도가 의도치 않게 당시 시대에 맞물려 돌아가 한 이면들에는 양면성이 드리운다.
프러시안 블루의 부산물인 시안화물이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살인 독가스 치클론 B의 시초가 되고 인류를 굶주림에 해방시킨 프리츠 하버가 발견한 공기 중 질소 추출이 끼친 일들은 정작 당사자에겐 개인적으로 인류의 생명을 죽이고 살렸다는 인물이란 점은 과학을 통한 희열과 고통이란 것을 드러낸 부분이 아닌가 싶다.
하나의 가설을 증명해내는 과정에서 다루는 수학과 물리학의 상호 보완 작용, 양자역학과 고전 물리학의 다른 점과 공통으로 나타낼 수 있는 점들을 이해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하나의 완벽성을 추구하던 과정을 통해 때로는 자신을 스스로 압박하며 치달은 연구와 상대방의 연구에 대한 반대 의견 충돌을 통한 연구의 업적들을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한 해를 구한 슈바르츠실트의 생명이 꺼질 때까지 지속시킨 원동력, 천재적인 수학자였지만 스스로 은둔자 삶을 택한 그로텐디크, 불완전성 원리를 내세움으로써 양자역학의 새로운 장을 연 하이젠베르크의 행보들은 이를 발표하기까지 각 개인들마다 진리에 도달한 순간에 다다른 환희와 고통의 순간을 개인사와 엮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 우리가 이해하려는 대상이 복잡할수록 다른 관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이 광선들이 수렴하여 우리가 많음을 통해 하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참된 시각의 본질이다. 이미 알려진 관점들을 합치고 지금껏 알려지지 않는 것을 보임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모든 것이 실제로는 같은 것의 일부임을 이해하게 해 준다.- P 105
이 거대하고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들, 명민한 과학자들조차도 인류 삶을 지배하는 것을 나타내는 수식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증명을 통해 이해를 하려는 연속성의 삶이란 것-
한 이면과 그 뒤에 가려진 다른 면들을 돌아보는 관점들이 필요한 시대를 깨닫게 하는 소설 속에 담긴 중첩된 내용들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른 발전과 쇠퇴를 들려주고 책 말미 '밤의 정원사'를 통한 글은 시사하는 바가 크게 다가온다.
우리들이 세상을 알기 위해 노력해온 과정들 속에 이해하길 멈춘다면 우리들은 더 이상 발전된 가능성의 세계는 없을 것이란 깨달음을 들려준 독특하게 다룬 작품-
명성과 그들이 이룬 업적들에 대해선 알고는 있었지만 주 전공이 아니다 보니 너튜브나 인물의 행적을 찾아보면서 과학과 수학에 연관된 발견의 세계를 참조해 가며 읽은 책이라 이건 소설이지 하면서도 왠지 더 알고 싶고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에서 작은 소품에 지나지 않는 인간들이 이룬 광기와 집착, 환희와 인간 정신의 확장된 세계는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많은 물음을 던지며 읽게 한 작품이라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