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816/pimg_7136731163522109.jpg)
1권만 읽고 다른 책을 읽으려다 부동자세로 꼼짝 않고 읽어버렸다.
주인공 엘리자베트 조트가 여성으로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여성 화학자, 이것도 틀렸다.
한 명의 화학 과학자로서 그녀가 여성이란 존재로 살아가는 모습이 시대와 사회적인 모순과 관습을 통해 어떻게 꿈이 좌절되고 그럼에도 자신의 인생을 일궈나가는지를 그린 내용은 1960년대를 관통하는 삶이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도 함께 생각해보게 한다.
독학으로 대학원에 입학하고 그녀가 교수에게 당한 일로 인해 석사 학위만은 준다는 식으로 쫓겨나고 헤이스팅스 연구소에서도 조차도 여성이라 하면 당연히 행정직에서 일한다는 고정관념, 남편은 돈을 벌어오고 아내는 출산과 가정의 일을 맡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던 그 시대에 그녀는 어떻게 보면 정말 특이한 케이스처럼 보인다.
불운한 가정사를 떨치고 지금까지 이룬 성과에 대해 그녀의 재능과 능력을 연구자의 입장으로 바라보고 응원한 캘빈과의 사랑으로 맺은 결실은 임신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해고당한 일들이 비단 60년대가 아니더라도 근 얼마 전까지의 우리 사회 직장 내에서의 모습과도 같음을 보인다.
자신의 부엌을 실험실로 개조하고 살기 위해 tv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선 그녀가 자신만의 의지 관철로 이뤄진 프로그램 방식은 일명 '요리는 화학입니다.'란 것을 통해 화학이 요리에 어떻게 적용되며 이어 세상의 순리, 모든 삶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다루는 진행은 책에서 좀체 눈길을 돌릴 수 없게 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816/pimg_7136731163522157.jpg)
-화학은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룹니다. 화학은 바로 삶입니다. -2권 p 87
인간이 만든 관습과 사회적인 체계, 그것이 누구를 위한 삶인가에 대해 생각을 던지는 메 순간 장면마다 그녀가 부딪치는 과정들은 단순히 가정에서 가정주부란 인식을 갖던 모든 여성들에게 그냥 가정주부가 아님을 일깨워주는 엘리자베트만의 대화법으로 자각을 일깨운다.
당연하다고 느꼈던 작은 일들, 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으로 인식되어버리는 어린 시절부터의 생각 심어주기부터 직장 내에서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임금차별과 능력 무시, 이러한 편견과 사회적인 부조리 속에서 꿋꿋이 정면을 마주하며 나아가는 엘리자베트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 성장하는 동안 알게 모르게 습득되고 불편하지만 감수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편할 수도 있다는 회피, 여기에 여성이 같은 여성에게 행한 말과 행동들이 되려 더욱 큰 상처로 다가올 수도 있음을 보인 사례들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그런 점에서 엘리자베트가 건넨 말 한마디로 꿈꾸어 오던 의사의 길을 들어선 주부, 야간 대학에 등록한 여성, 그리고 조정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를 제시한 영향은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과정들을 통해 작은 순간들이 모여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응원을 보내게 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816/pimg_7136731163522155.jpg)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816/pimg_7136731163522156.jpg)
남성, 여성이란 젠더의 구분을 떠나 동등한 한 인격체로서의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엘리자베트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준 저자의 글은 남성들도 엄마의 몸에서 태어났고 , 그 자신도 언젠가는 한 딸아이의 아빠가 될 수 있음을, 그래서 더는 이 세상에서 여자란 이유만으로 불합리한 여건에 머물지 않는 화학 융합 작용으로 순리적인 세상을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인 과학적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던진다.
철저해도 너무나 철저한 화학자 엘리자베트, 조정 조차도 과학적 근거에 익히는 모습과 캐빈이 조정을 가르치는 부분에서 터지는 웃음(역시 전공은 못 말린다.) 마지막 TV 책임자의 심장마비 부분에선 불안한 순간임에도 팍 터지는 여유를 선사한 저자의 강약 조절에 대한 능수능란함이 이 책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저자의 나이를 보니 65세, 아마도 그녀가 그린 시대적 배경 자체가 저자가 살아온 인생의 한 부분을 체감하며 그린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는 글들이 인상적이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816/pimg_7136731163522158.jpg)
화학이 이렇게 재밌는 학문이라고! 를 연신 생각하며 읽는 동안 엘리자베트가 만든 브라우니가 먹고 싶어졌다.
만일 실존 인물이라면 한국의 파전이나 김치 부침개를 들고 방문해 요리 화학작용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그러자면 "얘들아, 상을 차려라. 너희 어머니는 이제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라는 엘리자베트의 말을 들어야겠지?
드라마로도 만날 수있다니 여주인공 캐릭터를 어떻게 살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