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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어리의 웅변
빌 프랑수아 지음, 이재형 옮김 / 레모 / 2022년 7월
평점 :
지구의 70%를 차지한다는 바다, 그 바닷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과 신비로움을 들려주는 내용은 한 마리의 정어리를 통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 시절 우연히 마주친 정어리와의 만남을 계기로 해양 관련 공부를 한 저자의 글은 바닷속 생물들의 다양한 종들이 어떻게 집단으로 또는 독립 개체로서 살아가면서 필요에 따라 살아가는지, 층층이 그들만의 후각과 바다색을 통한 기억과 언어를 이용해 생존 방식을 터득해 나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어리의 찬란한 등에서 빛나는 색깔이 빛의 반사를 이용해 적으로부터 위협을 모면하는지에 대한 떼 합창식으로 단체 행동하는 모습이나 불협화음으로 인간들이 전쟁을 일으킬뻔한 청어 사례들은 단순히 알고 있던 바다의 이미지 외에도 신비 그 자체로서 생명의 연속성을 느끼게 한다.
푸른 바닷속의 찬란한 깊이에서 볼 수 있는 산호들, 그 산호와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물고기들의 생존의 이야기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탐욕으로 인한 여러 가지 사례들을 통해 많을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무심코 식탁에 올라오는 생선들, 그 생선들이 자신의 고유 이름을 간직하지 못한 채 상표 이름으로 진열돼 인간에게 식용으로 전락하는 일들이나 고대 로마에서 명예의 색으로 생각했던 자주색을 뽑아내기 위해 쇠고등을 잡던 일, 진주를 얻는 행위, 유대인들의 청색 치치트에 얽힌 비밀이 풀리기까지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자연이란 생태계에서 인간의 탐욕이 들어선 순간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과거 원주민들이 일정량만 낚시를 통해 잡으며 빨판상어와 대화를 통해 서로가 공존하는 삶을 모색한 이야기들을 비교해 볼 때 그들의 바다의 목소리에 좀 더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거울의 전설을 믿었던 과거의 우리 조상들의 후손인 우리들이 바다에 살고 있는 동물들에 대해 단순히 식용과 이익의 차원에서만 이용할 것이 아닌 다가적인 귀를 기울인다면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저자의 말엔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할 부분을 던진다.
특히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안초비 떼들이 바다 위에 올라오면서 펼치는 장관과 여기에 제비 갈매기, 돌고래, 바다 오리들, 참치들이 합동으로 연출하는 장면을 그린 글은 머릿속에 연신 그림이 그려지면서 마치 아이맥스에서 보는 장면처럼 다가온 표현들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하나하나의 생명체가 들려주는 소리에 대한 표현들 역시 타악기나 그밖에 비유들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은 과학에세이, 소설처럼 다가오기도 하는 동시에 그들의 공간과 삶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삶에도 차용해 볼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그런 귀기울임이 언젠가는 집단에서 떨어져 홀로 유영하는 정어리 한 마리가 먼 훗날 우리들이나 우리 후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날을, 어쩌면 인어 공주가 먼 심해의 바다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들려줄 날이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우리 인간들 또한 타인과의 대화에 있어 이 생물들처럼 각자만의 고유 언어로 강압이 아닌 서로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노력들을 통해 보다 나은 미래를 꿈꿔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내용이 정말 좋았던 책이라 읽는 내내 해양생태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단 마음이 들게 한 책으로 저자의 글과 직접 그린 그림을 통해 바다와 신화, 역사, 전설을 마음껏 헤험친 시간이었다.
- 시간을 내어 바다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우리는 그들이 이야기를 쓰는 데 동참할 수 있고, 이야기의 끝을 선택할 수 있고, 그곳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p 141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