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한 마리는 기쁨 - 두 아버지와 나, 그리고 새
찰리 길모어 지음, 고정아 옮김 / 에포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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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병아리를 키운 적이 있다.

 

당시에 시골이라고 생각했던, 지금은  서울 근교 농장이란 것을 알게 됐지만 그곳 지인이 주신 두 마리의 병아리를 집에 데려와 먹이와 물을 주던 기억을 떠올린 작품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곧바로 집에 와 병아리의 상태를 확인하고 병아리의  삐약거리던 소리를 들으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던 때, 자라면 닭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었지만 사람 손을 많이 타서 그런 것인지, 농장과는 다른 환경에 따른 탓인지는 몰라도 나의 바람대로 닭으로 성장하기도 전에 이별한 기억들은 저자가 키운 까치란 새와의 인연을 읽으면서 새록새록 떠올려 보게 한다.

 

여자 친구가 데려온 까치 새끼를 본 저자는 처음부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언젠가는 훨훨 날아가는 때가 있기 마련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하루하루 돌보면서 까치(벤젠이란 이름을 붙여줬다.)와 함께 한 삶들이 소소한 작은 일상의 행복감을 전해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들은 알지만 주인과 감정 교류를 느끼고 함께 한다는 일들 외에 엉뚱한 짓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그들의 동작과 온갖 재롱들은 저자가 까치를 먹이를 주고 악동 짓을 하더라도 이 모든 순간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진행이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단지 까치 한 마리일 뿐이지만 까치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오는지를 저자는 어릴 적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떠난 생부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또 다른 인생의 갈림길을 그린다.

 

 양부가 생겼지만 여전히 생부에 대한 빈자리는 저자가 자라는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를 닮은 유전으로 인한 불안감과 환상을 통한 존재로 남아 있었고 이는 탈선행위를 통해 방황의 나락을 겪는 일들로 이어진다.

 

하지만  마지막 생부의 죽음을 맞이 하면서 화해를 하는 과정들을 통해 그동안 자신을 스스로 옭아맸던 과거를 마주하고  자신의 불안했던 시절의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새로운 인생의 면을 갖게 되는 전환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가 누구인지가 자신을 규정할 수는 없다는 사실, 까치가  훨훨 날아가는 날갯짓을 통해 드넓은 세상으로 나아갔듯이, 저자 자신도 비로소 자신만의 인생 둥지를 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그린 글들은  진솔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한다.

 

 

- 내가 이 새를 통해서 배운 것들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녀석은 내게 새롭게 보는 방법, 새롭게 돌보는 방법을 가르쳐주었고, 돌봄의 한계도 가르쳐주었다. (…) 이제 녀석은 우리 머리 위로 솟아오르며 존재의 단순한 기쁨을 가르친다. (…) 나는 녀석을 따라 달린다. 녀석이 그린게이지 나무를 넘어가고, 꽃사과나무를 둘러가고, 도랑을 지나 들판으로 나아갈 때 나는 새와 함께 난다. 꽃밭을 밟고, 울타리를 뛰어넘고, 허리까지 오는 풀밭을 헤치고, 벤젠을 따라 웃음을 띠고 간다. 까치는 하늘에서 즐겁다. 그곳이 녀석이 있어야 할 곳이다.- p 320

 

 

우리나라에서 까치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새로 인식되지만 서양에서는 그 반대인 의미로 다가온다는 사실 앞에  이 책 속의 벤젠 까치는 적어도 그렇지 않음을, 영국에 ‘까치 한 마리는 슬픔(One magpie brings sorrow)’이라는 말을  역으로 정한 제목이 의미 있게 다가온 에세이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메이블린 이야기)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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