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칸 고딕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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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서부터 강렬함이 연상되는 이미지로  영미 문화권이 아닌 멕시코 문학에서 접할 수 있는 공포 소설이라 내심 기대감이 들었던 작품이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속 주요 등장인물은 여대생 노에미다.

 

파티 좋아하고 연애를 즐기는 그녀가 아버지로부터 호출을 받는데 다름 아닌 영국인과 결혼한 사촌 언니 카탈리나가 보내온 편지 때문이다.

 

독살과 유령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자신을 구해달라고 하는 기묘한 편지 내용을 확인도 할 겸  노에미는  언니가 사는 마을인 앨 트리운포로 향한다.

 

 한때는 광산마을로 유명했던  그곳은 이제는 한물간 곳이긴 해도 여전히 도일 가문의 저택인 하이 플레이스란 이름으로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곳이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집 안 분위기가 다른 집들과는 확연히 다름을 느끼게 된다.

 

형부인 버질을 비롯해서 집안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분위기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 아니란 느낌이 강하게 와닿는 곳, 이후 언니의 병세가 변화가  심하고 플로렌스가 주도하는 집안의 살림, 유일하게 자신과 대화가 통하는 그녀의 아들 프랜시스, 집안 어른인 하워드 도일의 병세들, 결정적으로 플레이스에 지내는 동안 노에미조차 이상한 악몽을 꾸게 된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몽유병처럼 돌아다니는 자신의 행동, 현실인지 꿈인지조차 헷갈리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점차 이상하다고 느끼는 그녀, 과연 이 집안에는 어떤 비밀들이 숨겨져 있는 것인가?

 

 

호러, 공포소설이라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가 스티븐 킹과는 다른 분위기의 음산한 전형적인 고딕풍 소설로써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멕시코 역사를 관통하는 영국인들의 광산물 채취와 현실과 꿈의 경계를 혼동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하게 다듬어 놓은 설정 장치들의 분위기, 죽은 자들의 묘지에서 자라는 버섯들, 안개,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우로보로스 뱀까지, 이 모든 것들이 한 집안에 드리운 음침한 냄새가 시, 청각을 모조리 홀리듯 다가온다.

 

 

특히 당시 시대상 분위기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들은 가부장적인 노에미 아버지와 하워드 도일을 통해서 느껴 볼 수 있고 우생학적 유전자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실현하고자 하는 도일 가문에 뿌리내린 악연의 역사들, 식민주의란 역사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들은 고딕 소설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살린 흐름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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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류는 이 집 아래를 지나 묘지까지 쭉 퍼져 있어요. 벽 속에도 있고요. 거대 거미가 쳐 놓은 거미줄처럼. 그 거미줄 속에 우리는 기억과 생각을 보존해요. 거미줄에 날아든 파리처럼 생각과 기억이 그 안에 담기는 겁니다. 우린 그걸 우리 생각과 기억의 저장소라고 불러요. 그게 바로 어둠이에요." - p315

 

 

 

 

 

벽 사이로 스며 나오는 이상한 존재들, 스멀스멀 피어나는 정체불명의 존재들로부터  그들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 느낌과 감각만으로도 충분히 공포를 느낄 수 있는 표현들이 읽는 내내 답답함과 빨리 빠져나오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책 표지의 모든 그림들 하나하나를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 속 내용들은 고딕 소설의 전형이자 로맨스란 장르에 대한 넓은 범위까지를 포용한 색다른 호러 공포소설이라 더운 날씨를 식혀줄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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