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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고요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5월
평점 :
장례식장은 망자와 산자와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죽음 앞에서는 지위와 명성을 고려하지 않는 누구나 같은 곳을 향한다는 점에서 재호와 마리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이곳에서 이 둘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시간대를 공유하고 있다.
보통은 이틀, 길게는 사흘까지 일하는 그들은 청년세대들이 겪은 정규직을 바라는 청춘들이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자 하는 마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재호는 장례식장 일이 끝나는 밤이 되면 그들의 세상을 누린다.
오토바이로 서울 가까운 곳부터 멀리까지 이동하고, 맥도널드 햄버거를 각 장소마다 돌아다니며 시식 아닌 시식처럼 맛을 평가하고 늦은 시각에 맥도널드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들의 미래와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나눈다.
그들 각자가 지닌 아픔들, 누나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는 재호는 뱀을 보는 환상을 느끼면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부모의 이혼 후 재혼한 엄마와의 이상한 가족 아닌 가족처럼 여겨지는 형태, 마리 또한 도박에 찌든 아버지에 대한 거부감들이 삶과 죽음이란 두 갈래의 길이란 상반된 모습을 함께 보이면서 이어진다.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는 순리는 알고 있지만 이웃 아저씨의 죽음을 통해 느끼는 재호와 아버지의 마음은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죽음을 마주한 현실을 그린 장면은 매일 밤 맡는 육개장 냄새, 국화 냄새, 그리고 향 냄새의 의미를 절실히 느끼게 함으로써 젊은 청춘들이 겪는 삶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느끼게 한다.
때문에 아버지가 누나의 죽음 이후 아죽사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 모임을 만들고 모임 회원들이 임사체험을 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와 장례식장에 빨간 옷을 입고 망자에 대한 예를 갖추러 오는 회원들의 모습은 죽음이란 어둠에서 탈피하고 죽음에 대해 인정하고 마주하는 능동적인 자세처럼 여겨진다.
어두운 밤, 심야가 되면 모든 세상이 암흑에 저물어가고 유독 맥도널드의 빛만 비치는 세상, 그 세상 속에서 벚꽃의 찬란함은 죽음이란 것과 함께 이루어지면서 더욱 아프게도 다가오지만 인생이란 것이 멈출 수만은 없는 진행형이기에 어쩌면 재호와 마리에게는 조각상 해머링 맨, 그리고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그림, 여기에 물고기까지 죽음을 소화한 상징성이 살아가는 의미를 부여해준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그들의 불안한 청춘을 통해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작품은 각자가 지닌 아픔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이 한 편의 영상처럼 다가온다.
특히 읽으면서 광화문부터 덕수궁, 청계천의 모습이 연신 떠오르고, 골목골목 구석구석 오토바이를 타고 누비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