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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황무지
S. A. 코스비 지음, 윤미선 옮김 / 네버모어 / 2021년 12월
평점 :

타고난 드라이버인 아버지, 범죄에 연루돼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떠났고 그 자신도 소년원에서 5년을 수감되어 있다 나온 일명 버그로 불리는 보러가드-
미국의 남부 버지니아주의 소도시 레드힐카운티에서 과거의 일에서 손을 씻은 뒤 정비소를 운영하고 살아가지만 현실은 그가 꿈꾸던 작은 행복마저 무너뜨리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경쟁 정비소가 생기면서 타격을 받게 되고 철없던 시절 전부인 사이에서의 낳은 딸의 대학 등록금 마련, 현재 가정을 꾸리고 있는 아들 두 명에 대한 장래, 요양원에 계신 엄마 병원비, 대출까지...
숨 막힐 틈도 없는 꽉 막힌 상태에서 불법자동차 경주를 통해 돈을 벌어보려 하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던 차, 과거에 자신을 물 먹인 동료 로니가 찾아온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보석가게를 함께 털어보자는 것,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버그의 드라이버 실력이 꼭 필요함은 물론 서로에게 필요한 일이란 말로 설득하는 로니 앞에서 버그는 결국 이 일에 가담한다.
철저한 현지 탐사와 경로 파악, 예상시간까지를 모두 계획한 그들, 그런데 뜻하지 않는 돌발 총기 사건이 벌어지고 이 사건은 버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강도 범죄에서 무고한 희생을 낳고 보석가게 뒤 배후에 밝혀진 조직의 위협이 서서히 다가오면서 그의 가정까지 위협에 시달리는데, 과연 버그는 이 모든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모처럼 화끈한 스피드를 겸비한 범죄영화를 보는듯한 작품이다.
과거의 모든 것을 뒤로하고 성실한 가장으로서 살아가고자 한 버그란 인물이 지닌 드라이버로서의 자질은 이 작품에서 자동차와 사람이 어떻게 한 몸이 되면서 질주를 할 수 있는지, 자동차의 개조와 액셀과 브레이크를 연신 밟으며 도로와 비포장 도로, 공사장을 하늘을 날듯이 폭주하듯 달리는 장면은 긴장감의 연속으로 '분노의 질주', '스피드'를 연상시킨다.
범죄 스릴상 이런 장치들을 통해 독자들은 버그가 처한 상황들을 이해하고 동정하게 되는, 특히 미국에서 흑인들이 살아가는 현실적인 모습들은 잘못이 없어도 되도록이면 경찰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과 아들에게 건네는 충고들은 현실적이다.

-“잘 들어, 아들. 미국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건 사람들의 낮은 기대감을 등에 업고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땅으로 고꾸라지는 건 순간이야. 달리기 경주라고 생각해봐. 다른 사람들은 너보다 먼저 경주를 시작했는데 너는 낮은 기대감이라는 무거운 짐을 끌고 달려야 하는 거야. 하지만 선택지가 생기면 그런 낮은 기대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그걸 등에서 떨쳐버릴 수 있어. 무언가를 놓아버릴 수 있는 것, 그게 자유라는 거야. 그리고 자유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건 없어. 내 말 알아들었니, 아들?” 보러가드가 말했다
그 자신이 너무도 싫어했던 범죄의 길을 들어설 수밖에 없었던 버그란 인물을 통해 작품은 통쾌한 한방으로 깔끔한 스릴의 마무리를 짓지 않는다.
누아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잔혹한 처벌과 배신에 대한 복수, 한 가정의 불화와 불안이 어떻게 이들을 힘들게 하는지, 두 개의 삶을 살아가는 버그가 내뱉는 고백은 그래서 더욱 안쓰럽게도 느껴진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하는 과정들은 자동차 추격전이라는 설정을 통해 재미와 스릴, 속도감을 제대로 충분히 느껴볼 수 있는 내용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작품으로 여전히 코끝에 먼지와 바람, 타이어의 불타듯 내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