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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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으로 새롭게 만나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이자 손에 꼽는 작품이다.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는 나카하라가 딸을 강도에게 잃은 후 그의 삶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아내의 요구에 따라 이혼한 채 홀로 살아가고 있다.

 

가슴에 품은 자식에 대한 아픔, 20년 전의 그 사건을 막기 위해 되돌릴 순 없다는 상실감을 안은 채 시간은 흘러 각자의 홀로서기를 하던 중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다시 찾아온다.

 

전 아내인 사요코가 길에서 칼에 찔려 사망했다는 사실, 범인은 백발이 무성한 노인네였으며 그는 곧 자수를 했다고 한다.

 

우발적 범행 사고란 점을 내세우는데, 범인의 사위가 되려 가해자의 가족으로서 사죄의 편지를 보내게 된 것을 읽게 된 나카하라.-

 

 

딸의 사건 당시 부부는 범인의 사형을 원했고 긴 시간 끝에 범인은 그들이 원한 바대로 사라졌지만 남은 유족들의 가슴은 무너짐의 연속이요, 어디에도 의지할 수 없는 방황의 나날들을 경험했던  나카하라였기에 전 장인과 장모가 딸의 죽음을 통해 범인에게 사형을 원한다는 심정도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다는 출발점에서 시작되는 흐름은 사형제도에 대한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한다.

 

 

 

 

 

사회규범을 통해 정해진 법규 안에서 이뤄지는 판결들, 문득 한국 작가의 글이 생각난다.

 

추리 스릴러를 표방한 작품들 대부분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선으로 주를 이룬 내용들이 많은데 알고 보면 실제 남겨진 유족들의 아픔이 더 크게 와닿지 않을까? 그런데 대부분은 이에 대한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는 내용으로 기억하는데, 바로 이 작품을 통해 그 문제점을 직시한 내용이 아닌가 싶다.

 

 

유족들의 바람, 판결을 내리는 판사의 결정과 검사와 변호사의 법정 공방이란 사실에 대한 유족으로서 말한 대목들과 사형에 대한 구형을 내렸어도 실제는 쉽게 사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에 대한 딜레마를 드러낸다.

 

 

범행 동기가 우발적이었단 점에 대한 참작과 고령이란 점을 감안해 법 형량에 대한 조율들이 과연 유족에겐 어떤 마음으로 다가올지, 교도소에 보내고 갱생 지도를 통해 출소를 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의문들, 여전히 출소를 했지만 재범을 한다는 사실에는 법의 형량이 마땅하게 이루어진 결과물인가? 교도소에서 자신의 죄를 짊어진 공허한 십자가가 아닌 형량만 채우고 출소하기만 바라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여러 가지 물음들을 시종 던진 내용들은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사요코가 그토록 집요하게 다뤘던 기사들의 내용들, 그곳에서 밝혀지는 또 하나의 감춰진 진실들은 공허한 십자가를 어떻게 짊어지고 살아가느냐에 따른 법에 대한 허점과 누가 진실된 십자가를 짊어지고 살아가는지를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여전히 법의 존재는 필요하다.

 

사각지대에 몰린 힘없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균형에 맞는 법 선고를 통한 처벌은 피해자 가족이나 가해자에게 모두 만족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그나마도 없다면 남은 자들의 한은 어디에다 호소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여전함을 지닌다.

 

 

작가의 주도면밀한 사건 전개가 두 개의 사건이 하나로 모아지면서 밝혀지는 진실의 내막은 결코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그러면서도 독자들에게 그 물음을 던진 흐름들은 여전히 흡입력 높은 작품답게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한 작품이다.

 

 

 

 

전 표지에 비해 좀 더 가볍게 바뀐 표지를 보노라니 사건에 대한 내막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 그림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 보며, 전 작품 표지와 비교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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