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 호텔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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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에서 출간된 저자의 작품들이 다양한데,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가장 다양하게 그녀의 생각과 글쓰기에 대해 접해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프랑스에서 갈리마르 총서에 대한  의미는 뛰어난 작품들을 선별해 편입시키는 만큼 드물게도 현존하는 생존 작가인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포함시켰다는 사실은  최초란 말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이 작품들은  갈리마르 총서에 포함된 [삶을 쓰다] 중에서 추린 선집으로 12편의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주제들은 선집만이 줄 수 매력을 지닌다.

 

아무래도 첫 번째 제목이자 책 제목이기도 한 '카사노바 호텔'은 가장 소설적이면서도 자전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1980년대 영수증 더미에서 P의 편지를 발견하면서 다룬 이야기는 치매를 앓고 있는 친정 엄마를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 놓고 신문쟁이 P를 만나면서 겪은 일탈(?)을 다룬다.

 

상대를 만나면서 육체적인 갈망을 느끼면서 시작된 불륜의 시작은 소음이 차단된, 사방이 거울로 이루어진 '카사노바 호텔'에서 이루어진다.

 

엄마에 대한 일에 지친 그녀가 P에 대한 욕망과 서로의 불륜행각을 시작하면서 약속이나 된 듯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일들은 호텔이란 밀폐된 장소, 엄마에 대한 생각을 잠시 피할 수 있다는 회피성으로 인해 이루어지는 순간들의 묘사가 솔직하게 그려진다.

 

엄마의 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피할 수 있다는 아슬함이 주는 기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왜 그와  이런 일들을 시작했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저 육체적인 사랑일 뿐이었다는  모습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그들의 유일한 일탈의 행위로써의 증거물로 남은 영수증과 그 위에 얼룩져 말라버린 정액만 있을 뿐.

 

이외에도 문학과 정치에 관한 부분들, 통독이 이루어진 그 시점에 방문한 라이프치히에서의 풍경, 페레스트로이카의 물결을 이룬 소비에트를 방문하면서 느낀 단상들, 모파상의 작품인 여자의 일생에 등장하는 잔 칼망과 같은 이름을 지닌 장수 할머니를 바라보면서 느낀 한 인생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물결이 어느 순간엔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겐 저편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는 글은 기억되고 잊힌다는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특히 저자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는 피에르 부르디외에 대한 부고 소식을 듣고 쓴 글은 고인이 생전에 주장했던 사회학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사르트르와 비교한 부분은 인상적이다.

 

 

소설, 엄마에 대한 이미지(타 작품에서 보인 부분들과 겹친다,)와 기억, 여행기, 여기에 작가가 글쓰기에 대해 다룬 글들까지, 선집이지만 때론 산문집으로  더 가깝게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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