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The Complete Maus 합본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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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만화책으로는 유일하게 퓰리처상을 수상한 그래픽 노블인 '쥐'-

 

3월 김영하 북클럽에서 선정한 책이기도 하고 당시 출간되던 해에 읽은 책이기도 한 까닭에 다시 읽게 된 작품이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내용들에 대해서  실제 고통을 체험한 작가나 보통 사람들의 증언에 따라 알고는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룬 이야기는 다시금 그들이 감내해야 했던 아픈 감정을 들여다보게 한다.

 

폴란드 출신 유대인인 저자의 아버지 블라덱 슈피겔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그림과 글을 통해 담아낸 이 작품은 두 가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룬다.

 

실제 아버지가 겪었던 홀로코스트, 그런 아버지와의 불화를 겪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면서 그려지는 가운데 독자들은 히틀러의 만행에 대한 행동과 이를 통한 생명을 저버려야 했던 수많은 유대인들의 삶을 통렬히 느낄 수가 있다.

 

부유했던 가정의 딸인 엄마 아냐 질버벨르를 만나 결혼하고 행복을 누리던 시기는 잠깐, 나치 독일의 침략과 게토에 정착하기까지 그들의 곁에 있었던 가족들이 하나둘  뿔뿔이 흩어지는 가운데  숨어 지냈지만 발각의 위험이 닥쳐오자 약을 먹고 동반 죽음을 택한 형제와 자녀들, 부모님의 죽음은 저자의 부모들이 겪기에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하루하루  지옥 같은 아우슈비츠에서 살기 위해 경우에 따라선 아첨과 민첩한 행동, 기술을 통한 위기 응변을 통해 삶을 이어가던 아버지의 진술은 살아남았다는 자체가 그야말로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 그런 영향은 엄마의 자살과 저자의 정신병원 입원으로 인해 임종을 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모진 고초를 겪고 미국에 정착해 이제는 여유로운 삶을 살아도 되건만 절약에 대한 극심할 정도의 간섭과 몸에 밴 생활철학을 지닌 아버지를 바라보는 불편함 들은 부자간의 갈등을  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세대 간의 갈등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아버지가 자식의 안정된 성공가도를 바란 마음과 이를 거부한 채  아버지가 겪은 시대를 넘어 여유로운 평화를 누린 저자의 생각의 차이는 두 사람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으로 다가온다.

 

특히 유년시절, 모든 어른들이 자면서 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던 저자의 말은 슬프고도 안타까움을 던진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두려움이란 강박감, 평생 악몽에서 벗어날 수없었던 아버지에 대해 이해를 할 수없었던 일들은  아마도 저자가 직접 겪어보지 못한 부분이기에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모두가 죽고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그런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아가던 아버지를 바라보는 저자의 모습은 자신 또한 엄마의 임종을 대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란 부분에서 각자가 지닌 슬픔을 느껴보게 한다.

 

 

 

제목이 주는 쥐란 표현이 유대인을, 나치는 고양이, 폴란드인은 돼지, 미국인은 개, 프랑스인들은 개구리로 묘사를 하는데  전쟁 중에 유대인들이 겪었던 실제 상황에서 각 나라 국민들이 어떻게 대하고 행동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의미로 다가온다.

 

특히 전쟁이 끝났음에도 유대인들에게 행했던 나치의 만행은 생각을 지닌 인간이라면 어찌 그런 일들을 행할 수 있는지 이 영향으로 끈질긴 삶의 마지막 부분을 이어가지 못했던 유대인 생존자들의 최후는 안타까움을 넘어 비애감을 느끼게 한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겪은 참상들, 평생 뇌리에 박혀 있던 아버지의 삶에 대한 의지와 증언들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후세대들에게 많은 울림을 전해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

 

 

 

 

(사족: 책 추천사에 고 신영복 님의 글이 나온다.

 

실제 출간된 해를 보니 2014년이고 신영복 님이 돌아가신 해가 2016년, 구매한 책의 판쇄를 보니 2022년 1판 13쇄로 되어있다.

 

그런데 추천사 연도는 아직도 생존 연도만 표시되어 있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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