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쁨 - 길바닥을 떠나 철학의 숲에 도착하기까지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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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코머스 체터턴 윌리엄스는 동시대 미국 인종 문제에 관해 가장 섬세하고 신선한, 그리고 도발적이면서 진보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비평가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한 이른바 흑백 혼혈인으로서 성장한 그의 이야기는 흑백 분리정책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살아온 아버지, 그 자신은 혼혈인이라고 말하지만 주위에선 여전히 흑인도 아니고 백인도 아닌 어느 곳에서도 속할 수없었던 차별의 학창 시절을 겪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입지전적인 인물도 대표되는 아버지의 성장 배경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듯한 환경을 보인다.

미혼모로 자신을 낳은 엄마, 그 밑에서 자신의 환경이 그렇게 좋지 못하단 생각을 했던 아버지의 피나는 공부 시작은 성공한 인생길로써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저자가 자라온 환경인 1980~90년대는 힙합이란 문화가 유행했던 시대였다.

 

 

 백인들이 보인 차별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철저히  흑인 사회에서의 주류가 되고자 갱스터랩을 듣고 여자 친구에게 손찌검을 하고, 몸짓과 말투까지도 깡패를 흉내 내는 것이 필수였던 그 시기, 지식과 호기심은 저 멀리, 흑인들의 상징이라고 생각되는 터프함, 그것이 '우리'라는 울타리를 통해 서로를 이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그런 성장기는 밖에서는 이처럼 행동을 하면서도 집에서는 아버지가 가르치는 공부를 받아들인 양면성의 생활들을 이어가는 모습을 이어간다.

 

 

 

집안 곳곳에 공간을 이용해 장서가 1만~1만 5천 권에 달할 정도로 책을 가까이했던 아버지의 모습은 자신의 책과는 동떨어진 삶과도 여겼지만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이 몸담았던 흑인 주류들의 생활을 벗어던지고 진짜 학문으로서의 길을 선택한다.

 

이는 책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대중문화, 특히 힙합을 생각하는 흑인들과 다른 인종들의 받아들이는 차이점, 문화를 어떻게 개인들이 받아들이냐에 따라 인간이 자신에게 부여된 사회적인 제약을 벗어나 나만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개인적인 체험을 통해 사실적으로 그린다.

 

특히 아버지가 멘토로서 아들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가르친 방법은 결코 강제와 권위가 들어있는 방식이 아니었다는 점, 어떤 상황에 대해 곧바로 대답을 들려주는 대신 스스로가 생각할 수 있는 기다림의 인내심을 동반한 가르침이 정말 인상 깊었다.

 

당신 스스로가 책이 좋아서 읽은 것만이 아닌 살기 위한 생존의 뿌리이자 철저한 자기 인생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 행해왔던 모습이었음을 알게 된 저자가 자신과 아버지의 다른 책 읽기를 통해 다른 방식이 있었음을 그린 글들은 현실적으로 부딪치게 되는 삶의 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 “나는 소설을 읽을 때도 무조건 펜을 쥐고 밑줄을 그어 가면서 읽었다, 아들아. 밑줄 긋는 걸 좋아해서 그런 게 아냐. 뭐라도 지식을 건져서, 뭐라도 실용적인 지식을 건져서 내 인생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강박 같은 거였지.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 나한테 뭐라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 그래서 나한테 필요한 지식은 모두 책 속에 있을 테니까 책만 열심히 읽으면 다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래, 책이란 걸 그냥 예술 작품으로 취급할 수가 없었지.” -  p225~226

 

미국 내의 인종차별은 이에 연관된 사건이 터지게 되면 더욱 수면 위로 올라오는 문제 중 하나다.

 

많이 진보되었다고는 하지만 뉴스에서 보는 사건들을 접할 때면 저자의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바란 흑인이란 정체성보다는 미국에서 살아가는 시민으로서의 모습을 바란다는 점,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말이 백인 사회에서보다 더욱 노력해야만 하는 필요성을 들려준 말이 아닌가 싶었다.

 

읽는 동안 환경, 멘토 독서에 대한 많은 생각을 던지게 했다.

한 인간의 성장에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바퀴가 맞물리듯 돌아가는 시스템이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생각과 인생관, 태도가 달라지는지를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느껴보게 한다.

 

 

저자는 책에서 타락한 힙합 문화에 취해버린 또래 집단을 향해 보내는 절연장이자, 주변의 어리석음으로부터 나를 벗어나게 한 아버지에게 바치는 감사 편지이자, 우리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독창적이고 강력하고 매력적인 문화를 쌓아 올린 이전 세대 흑인들을 위한 헌사이다라고 썼듯이 아버지의 끝없는 가르침의 중요성과 배움의 자세, 그런 가운데 진정한 배움의 기쁨을 느낀 저자의 고백은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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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있으면 주변에 아무도 없어도 괜찮아.

나는 너와 어머니와 에 형을 빼면 여기 이 책들이 유일한 친구다.

아들아,

책과 대화하면 천재들과 대화할 수 있어. - p195

 

 

 

 

 

 

***** 출판서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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