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라이프 -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사사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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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놓고서 한참을 미적거리며 시간을 끌었던 책이다.

 

죽음을 다룬 책들 내용들 중에는 살아가는 것과 죽음은 함께하고 있고 이를 통해 유한한 삶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깨달아 가는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가까운 지인들의 죽음을 맞이하고 모든 절차를 거치게 되면서 오는 공허감과 슬픔, 박탈감들을 동반한 감정들은 오래간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룬 2013부터 2019년까지 7년간 재택의료 시스템에 대한 논픽션의 사례들은  누구에게나 오는 '죽음'과 그 '죽음'을 맞이했을 때의 절차나 환자, 그의 가족들, 의료진들의 결정과 도움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많은 생각을 던진다.

 

과거에는 대가족 시대란 개념으로 이뤄진 가정이 많아 아픈 가족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바쁜 생활과 경제 여건상의 문제, 핵가족과 1인 가구 세대가 많아지다 보니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사람에 대한 간호가 가족들의 힘을 기대하긴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택 방문 간호를 이용하는 가정들은 그 나름대로 삶의 패턴들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고 이 책에서 모리야마 간호사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일과 저자 자신의 어머니가 락트인 증후군이란 병으로 운신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버지의 헌신적인 간호를 받은 과정, 타 환자들의 집을 방문하고 그들의 가족들이 어떻게 환자를 돌보며 의료진에게 도움을 받는지, 죽음에 가까워지면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환자 당사자의 각기 다른 모습들을 통해 생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과정을 보인 글들은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게 다가온다.

 

 

방문간호를  경험 한 나로서는 이 책에서 보인 각 환자들이 겪는 심리적인 변화, 그 곁에서 그런 환자를 바라보고 돌보는 가족들이 겪은 일들을 통해 지난 일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게 했다.

 

 

재택 간호를 하다 보면 반 간호사가 된다는 말,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저자의 아버지가 아내를 돌보는 일들을 보인 과정은 아마도 가족 간호를 하는 가정들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으로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읽으면서 많이 부러웠던 부분 중 하나는 의료진 체계 시스템, 그중에서 방문 의사의 재량권과 환자에 따른 약 처방, 종말기에 협진치료 부분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에서는 방문 간호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방문 의사의 인원이나 이를 택한 병원 자체가 많이 없다는 점은 재택 요양을 하는 가정에서 위급한 상황이 다쳤을 때 겪는 애로 사항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일본의 방문 의사의 협진은 좋은 시스템이란 생각이 들었다.

 

재택 요양의 장점 중 하나가 병원에서 일괄적으로 여러 환자를 다루는 것보다 나의 가족 한 사람에 대한 모든 돌봄을 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여기엔 가족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룬 말기 환자들은 자택에서의 삶, 즉 자기 집에서의 생활을 원했고 이런 시스템에 부합된 체계는 우리나라보다는  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모리야가 병원을 거부하고 죽는 날까지 가족과 함께 하고 싶고 가보고 싶었던 곳, 먹고 싶은 것을 함께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죽음을 마주 하느냐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짐을 느끼게 한다.

(물론 그가 선택한 마지막 과정은 폭풍 눈물을 쏟아내게 했지만...)

 

 

 

- 모리야마는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죽음을 멀리하니까 아이들이 죽음을 배울 기회를 놓치게 돼요. 죽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다채로운 것들을 많이 가르쳐 주는데. 그게 참 안타까워요.”

 

 

죽은 자는 남겨진 자들에게 삶의 또 다른 모습을 받아들이는 순리를 전해주고 죽어가는 자란 인식에서 벗어나 한 존재로서의 삶을 살아간다는 인식이 필요함을,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가족의 임종 순간에 박수를 치는 장면은 진정한 삶의 마지막은 떠나는 자와 남은 자의 마지막 유대 관계를 이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팬데믹으로 인해 시설에 계신 환자들을 쉽게 볼 수 없는 여건을 고려한다면 재택 의료 시스템이 주는 제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 책, 책의 글귀가 다시 여러 가지 생각을 담아낸다.

 

 

 

 

-"생의 마지막 순간, 눈에 담고 싶은 풍경은 무엇인가요?"

 

 

 

 

 

 


***** 출판서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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