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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지난주 고모님이 별세하셨다.
고령으로 집에서 돌아가셨다는 부고 소식을 접하면서 흔히 하는 말로 호상이니, 집에서 돌아가셔서 그나마 복이 있으셨다는 말을 들었지만 죽음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슬프게 다가온다.
어린 나이에 느껴보지 못하던 부고의 소식, 특히 나의 가까운 주변인들에 대한 소식을 접할 때면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철렁거리며 내내 쓰린 가슴을 담기에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태어나면 언제가 죽는다는 자연의 이치를 알면서도 아직도 서툴고 무섭고 조심스럽게 여겨지는 죽음,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 생전에 얼굴을 마주하고 얘기 나누던 이들의 존재가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됐을 때 그 허전한 빈자리를 통감하게 되는 삶의 연속성이란 것에 대해, 종교적인 차원을 떠나 본질적인 물음을 갖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이에 대한 11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는 랍비로서 자신이 겪었던 개인적인 일부터 랍비로서 해온 죽음을 맞이한 남겨진 자들의 애도를 통해 상실에 대한 기억들을 위로해준다.
이미 팬데믹 여파로 가까운 이들과의 만남도 쉽지 않고 죽음이 우리들 삶에 어느 날 갑자기 들어왔을 때의 당혹스러웠던 것들을 뒤로하고 이를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는 그저 그 순간에 말과 행동을 통해 이루어짐을 알게 될 뿐이다.
- 아무도 죽음에 대해 말할 줄 모른다. 아마도 그것이 죽음에 대해서 내릴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정의일 것이다. 죽음은 말을 벗어나는데, 죽음이 정확히 발화의 끝에 도장을 찍기 때문이다. 그것은 떠난 자의 발화의 끝일뿐 아니라, 그의 뒤에 살아남아 충격 속에서 늘 언어를 오용할 수밖에 없는 자들의 발화의 끝이기도 하다. 애도 속에서 말은 의미 작용을 멈추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것이 더 이상 없음을 전하는 데에만 종종 쓰일 뿐이다. -p.139
특히 현대에 이르러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들은 과거와 비교해본다면 많이 달라짐을 느끼게 된다.
현실적으로 집에서 자연의 이치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드물어지고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해도 의료진의 체계적인 손길은 죽음을 맞이하는 하나의 절차로써 여겨지는 흐름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을 보면 남다르게 다가온다.
죽은 자에 대한 애도는 물론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말을 건네지만 죽음은 여전히 우리들 삶에 충격을 주는 것과 동시에 개별적인 슬픔 자체 또한 위로가 되지 않음을, 그저 이 순간의 모든 것들이 시간이란 망각과 함께 잔잔한 내면으로 승화되기만을 바랄 뿐임을 알게 된다.
삶과 죽음에 대한 뚜렷한 어떤 결정적인 해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나와 당신, 우리 모두에게 누군가를 사랑하며 슬픔을 함께 나눈다는 것에 대해 위로를 받게 되는 책, 마음이 힘든 분들에겐 따뜻함을 전해줄 책이다.
***** 출판서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