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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마이어의 어리석음
조셉 콘래드 지음, 원유경 옮김 / 이타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로드 짐]을 통해 만났던 저자의 첫 작품이란 사실만으로도 두근거렸던 책이다.
그의 특유의 문체가 연신 생각나면서 읽은 내용들은 과거와 현재를 대조적으로 그린 올마이어란 자의 인생을 다룬다.
가난에서 벗어나고픈 현실적인 어두움, 그는 인도네시아의 항구 마카사르로 향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곳 링가드란 늙은 선원이 입양한 말레시아인 여인과 결혼한다.
그녀와의 경혼을 통해 자신이 꿈꾸던 부를 이룰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은 이후 이십 년이 흐른 현재 전혀 다른 삶을 향해가고 있다.
권력과 부를 이루기 위해 선택한 사랑 없는 결혼,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딸 혼혈아 니나에게 백인으로서의 삶을 강요하는 올마이어의 모습은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 도피성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책 속의 세 사람인 올마이어, 그의 아내, 그의 딸의 관점으로 보인 진행은 인종차별, 백인으로서 그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에서의 차별이 딸에게 향한 그릇된 방식의 사랑으로 어떻게 표현되며 그의 딸 니나가 겪는 차별에 대한 고통의 심리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책이 출간된 시기를 생각한다면 그 당시의 인종차별에 대한 흐름들이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곳곳에 드러나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미세한 균열을 통해 행해지고 있다는 부분들을 생각한다면 저자가 드러내고자 한 표현들은 소설을 넘어선 인간의 본질적인 배타적인 감정들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올마이어가 선택한 결정과 삶에 대해서 그의 욕심으로 인한 결과들이 답답함이란 감정과 함께 절망으로 이어짐을, 절망의 바다가 바로 코 앞에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앞으로 나가는 그가 안쓰러웠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해 가족들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사람, 마치 현대인들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앞만 달리는 듯한 모습과도 겹치는 것은 시대를 떠나 모든 인간들의 가지고 있는 성공에 대한 야망의 한 부분을 제대로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었다.
올마이어가 새로 지은 집을 조롱하기 위해 지은 이름인 '올마이어의 어리석음'-
과연 올마이어만 어리석은 자라 말할 수 있을까?
지금도 어딘가에서 여전히 인종 차별이 이어지고 있는 세상, 스스로 선택한 인생의 항로에서 바다가 바라보는 인간들의 삶은 어떻게 비칠지...
- 심층부는 늘 변함없이 차갑고 잔인하며 파괴된 생명에 대한 교훈으로 가득한 반면에 수면은 지속적으로 변하면서 늘 매혹적으로 사람을 홀린다는 것이다. 그는 바다가 그 매력으로 남자들을 평생 노예로 잡아두고는, 그들의 헌신에도 상관없이 그 신비를 누구에게도 심지어 바다를 가장 사랑하는 자들에게도 결코 드러내지 않으면서, 바다의 신비를 두려워하는 데 화가 나서 그들을 삼켜버린다는 이야기도 했다. -p 275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