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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1~4 세트 - 전4권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평점 :
시대를 관통하는 역동적인 현장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아마도 역사소설을 꼽을 수가 있을 것 같다.
한 시대의 역사 속에서 살아간 인물들을 통해 저자가 드러내 보고자 한 의미까지 두루두루 살펴본다는 뜻에서 톨스토이가 심혈을 기울여 세상에 내놓은 이 작품만큼 두드러진 면도 없을 것 같다.(본인 자신은 역사소설이 아니라고 했지만 말이다.)
1805년부터 1820년까지 15년에 걸친 러시아 역사의 한 부분을 다룬 총 4권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각기 다양한 계급층의 등장은 이 소설이 지닌 다양한 군상들의 움직임을 통해 더욱 그 역동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대표적인 네 가문인 볼콘스키가, 로스토프가, 베주호프가, 쿠라긴가를 통해 러시아 귀족 사회의 모습과 이와는 반대의 농노들의 생활상들이 대조적으로 비침으로써 전쟁이란 현장 속에서 어떤 인생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전쟁이란 배경 안에 저마다의 각 가문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성향을 통해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인생에 대한 회의,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피어나는 한순간의 평화로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에 대한 슬픔과 사랑, 결혼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한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며 겪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이에 대한 주시를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익숙한 모임이나 결혼에 대한 풍속과 종교관들은 거대한 서사적 흐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원숙하게 그려낸 점들이 인상적이다.
에필로그 1.2부로 나뉘어 저자가 생각한 바를 드러내는 글들은 전쟁이 끝난 후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통해 각기 인물들이 자신들만의 인생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길고 긴 전쟁이 준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에 대한 여정은 계속된다는 것을 보인 마무리는 그가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 하에 이뤄낸 창작물이란 생각에 반론은 없을 듯하다.
특히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들은 당시 지휘관에 대한 평가나 전쟁의 서사적인 우연과 천재에 대한 부분들을 다룬 글들을 통해 기존의 타 작품과는 다른 저자의 뜻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적으로 그가 말한 소설은 아니라는 말엔 공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의 후기에서 '역사가에게는 어떤 인물이 어떤 목적을 위해 얼마나 기여했는가라는 의미에서 영웅이 존재하지만, 예술가에게는 그 인물이 생활의 모든 측면과 관련된다는 의미에서, 영웅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해서도 안 되며 오직 인간만이 존재해야 한다. - (전쟁과 평화 4권 - 539p)라고 밝혔는데, 아마도 이는 전문적인 역사가들이 주장하는 바와는 다른 창작자로서의 글쓰기를 통해 같은 주제라도 다른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 자신을 투영한 듯한 피에르나, 종교에 확고한 신념을 지닌 마리아의 모습들은 기존의 귀족사회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등장인물이란 점, 구세대와 신세대인 부모와 자녀 간의 다른 분위기의 모습들을 통해 모든 세대들을 아우르며 각기 등장인물마다 허투루 사라지는 것이 아닌 그들에게 부여된 모든 것들이 중요하단 사실을 일깨워주듯 그린 역할들은 대가다운 필력에 감탄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읽는 동안 그들과 함께 울고, 아파하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가정을 갖춘 모습에는 평화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는 시간을 준 작품....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