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은 살지 - 교유서가 소설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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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리에 사는 기분 씨-

 

나이 22살에 시집와 평생 아픈 몸을 이끌고 3남매를 낳고 살았다.

 

몸 전체 성한 데가 없는지라 자살기도를 할 정도 힘들게 살아왔지만 남편의 욱하는 성질 참아가며 자식들 번듯하게 키워 이제는 좀 괜찮겠거니 했건만 남편이 식도암에 걸렸다.

 

가난한 살림에 가장으로서 탄광과 농사일을 병행해가며 살아온 남편이자  노인회장이란 타이틀은 결국 남편 성화에 못 이겨 마을회관 청소를 하러 간 사이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야 만다.

 

사람이 든 자리는 잘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듯이 불같은 성미를 둔 남편이 무서워 제 감정조차 표현하지 못하고 살던 기분 씨는 자신의 아픈 병 때문에 약 값과 병원행을 하며 살아온  미안함은  남편이 자식들에게 눈치 보지 말라며 꿍쳐 모아둔 돈을 발견하고 더욱 복잡한 감정이 복받친다.

 

 

간간이 자신이 쓴 일기를 보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글들 속에서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릴 때는 어리다는 이유로 걱정, 장성하고는 혼인이 안돼 걱정, 당신의 몸이 부서지는 것도 모른 채 더 늙어가면 자식들에게 폐 끼칠까 봐 운동하며 살아가는 하루의 일들, 아프더라도 요양원에 가기 싫다는 생각들을 그린 감정선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마음도 몰라주는 남편이 미웠지만 정작 자신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이도 남편이었고 자식들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말도 알아주는 이도 남편이었으니 그가 끝까지 남기고 간 집안 곳곳 흔적이 어찌 쉽게 잊힐 수 있을까?

 

 

- 술만 마시고 식사를 안 해도 남편이 살아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사무쳤다. 남편은 동반자였고 친구였고 뒷배였고 지킴이였고 그 모든 것이었다. 남편은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었고 말을 해주는 사람이었다.

 

 

첩첩 동서들 시댁 살이, 하나둘씩 부고 소식이 들려오는 지인들의 소식들, 그래도 여전히 계절은 돌아오고 밭이며 논이며 감자, 고추, 깨 농사를 해야만 하는 농촌의 일상들을 그린 작품 속 내용들은 부모 당신들도 힘들고 병을 앓고 있어도 함께 늙어가는 자식 걱정에 노상 걱정을 붙들어 두고 사는 모습들이 마음속 한편에 찡함이 올라온다.

 

 

-이제 안다 자식 걱정은 죽는 날까지 끝날 수 없다는 것을. 그 걱정을 혼자 한다. 남편과 함께 해야 걱정하는 재미라도 있는데, 혼자 하니 아무 재미가 없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인생 뭐 있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되는,  아등바등 살다 간 남편에 대한 원망과 아련함이 전해오는 글들은 저자의 8편 속에 담긴  글을 통해 소설 같지 않은 우리들의 삶을 보는 듯했다.

 

 

 

자신이 쓴 글을 통해 다시 삶의 의욕을 되찾는 기분 씨는 욕심내지 말고 긍정적으로 살자고, 현실에 만족과 감사한 마음으로 살자고 생각하는 부분이 글 곳곳에 공감하며 읽은 문장들과 함께 긴 여운을 남긴다.

 

 

-끌탕 말아요. 나는 사는 날까지 열심히 살겠습니다.

 

 

암만~산 사람은 살아야지요. 그게 인생 아닌감유....

 

 

 

 중간중간 충청도의 느긋한 사투리를 통해 간간이 터지는 유머와  해학을 통해 단짠의 맛을 느껴보게 한 작품, 다음 작품에선 어떤 울림을 줄지 기대가 된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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