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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 : 젓가락 괴담 경연
미쓰다 신조 외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평점 :

자국의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나 한마을의 기이한 전래 이야기를 호러와 괴담이란 장치를 이용해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일본의 최고 호러 작가 미쓰다 신조, 여기에 각 국적이 다른 타이완, 홍콩의 작가들이 한 곳에서 뭉쳤다.
'뭉쳐야 산다'란 말이 떠오르기도 하는(^^) 이들의 입담은 가히 기대 이상의 재미를 준다.
동양권에서는 익숙한 '젓가락'을 소재로 3국 5인 5색의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흐를까?
식탁에서 수저 외에 유용한 식기 도구인 젓가락, 책 제목인 '쾌'는 중국어로 젓가락이란 뜻이란다.

흔한 도구인 젓가락을 통해 이들 작가들은 자신만의 고유 색깔들을 풀어놓는데 그 첫 포문은 미쓰다 신조가 테이프를 끊는다.
우리나라의 제사에도 차리는 격식인 젓가락 사용법, 밥 위에 젓가락을 꽂는 일명 '사자밥'이라고 부르는 것을 이용해 전학 온 네코라는 아이와 겪은 경험담을 들려주는 이야기는 '젓가락님'에게 소원을 비는 것과 방법에 대해 진행한다.
네코로부터 들은 사토미가 자신을 괴롭히는 오빠에 대한 소원을 빌기 시작하는 내용은 미쓰다 신조만의 호러가 결합된 공포를 자아낸다.
이어 두 번째 이야기인 '산호 뼈'를 통한 위 선생과 면담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그린 내용 내용들은 젓가락을 통한 인연을, 세 번째인 저주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 악어 꿈, 해시노어에 이르기까지 저자들의 이야기는 감동과 역시 추리 소설답게 반전이 그려진다.
그런데 읽다 보면 어라! 이건 뭐지? 라며 다시 앞 파트를 들쳐보게 되면서 무릎을 치게 된다.

그야말로 앤솔러지 형태의 작품들의 아닌 릴레이식 작품들의 향연이다.
첫 번째 마쓰다 신조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뒤를 이은 쉐시쓰의 작품 속은 물론 이를 이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 속에 먼저 등장한 인물들이 연관이 되거나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젓가락이란 이미지의 소재를 이렇게도 그려낼 수 있다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단순히 음식을 먹기 위한 행위로 쓰인 도구로써의 젓가락이 자신들 나라의 전통과 종교, 민간 전통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고 이를 하나의 신격인 존재이자 미지의 선망의 대상으로서 인간의 나약함과 욕망, 고통, 복수, 용서란 것들을 통해 그려낸 내용들은 퍼즐처럼 흩어진 이야기들이 찬호께이에 의해서 모두 모이고 전체적으로 정리되는, 종합 선물 같은 느낌이 든 작품들이다. (역시 찬호께이의 역량에 감탄!)


특히 젓가락이 지닌 상징성을 통해 작가마다 특기를 살려 이야기를 그려낸 부분 부분들은 전통의 민담 전설부터 고대의 이야기, 현대의 사이버 공간을 통한 자료 해킹을 넘어 현대 사회 속에서의 직업여성들에 대한 이미지들이 작가들의 글에 의해 탄생하는 순간은 신과 귀신에 대한 존재, 쾌의 유래, 결국 이런 현상들을 겪는 세상에 진정한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의 추구를 생각해 보게 한다.

읽다 보니 우리나라 또한 이야기라면 만만치 않은데,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를 우리나라 작가 한분이라도 포함시켰으면 동양권을 대표하는 나라들이 제대로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인데 정말 아쉬움이 많았다.

장단에 맞춰 흥이 넘쳐나게 할 수도 있는 두 개가 한쌍으로 이뤄진 젓가락, 그 젓가락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별천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세계들, 그들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재미, 정말 썰~ 한번 제대로 풀어내는 젓가락 난장판을 느껴보고 싶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책 뒤에 작가들 나름대로 작품들이 탄생하게 된 경위와 고심 끝에 탄생한 작품에 얽힌 이야기들은 번외로서 읽는 재미를 준다점, 잊지 마시길^^)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