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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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장르가 추구하는 근미래의 일들을 다룬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그저 하나의 상상력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들을 많이 느끼며 읽을 때가 많다.

 

특히 어떤 특정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여겨지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 범주를 깨트리는 내용들은 읽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가 2003년도에 출간한 이 작품은 그해 가장 뛰어난 SF소설에 쥐어지는 네뷸러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이번에 개정을 거쳐 다시 새롭게 독자들에게 왔다.

 

 

근미래가 배경으로 루 에런데일은 마지막 남은 자폐인이다.

 

그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이런 병을 미리 예방함으로써 자폐인을 넘어서지만 루와 그의 동료들은 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정상인들 못지않은 보통의 삶을 살아가고 있고, 그들의 특별난 재능은 자폐인으로 구성된 한 부서에서 일함으로써 뛰어난 실적을 통해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이런 그들을 위해 회사 내에서 실행하는 심신 안정에 필요한 복지 혜택은 새로운 상사로 임한 진 크렌쇼로 인해 흔들린다.

 

기존의 자폐인들을 위한 복지 시설에 대한 비용과 혜택을 없애고 그들을 사내 연구소가 개발하고 있는 일반인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상화 수술을 받길 강권한다.

 

이에 고민을 하는 루와 그의 동료들, 과연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시간이 흘러 다시 재개정된 작품임에도 많은 여운이 남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상과 비정상의 선은 누가 정하는 것이며 그 경계란 어떤 기준점을 말하는 것인가?

 

루란 인물을 통한 화자의 글은 루가 지닌 재능, 보통 사람들이 무심코 흘려 넘길 수 있는 부분에서의 탁월한 관찰과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그저 한 사람의 자폐인이란 이름 안에는 보통의 사람들이 갖는 느낌도 갖고 있고 사랑도 할 수 있으며 뭣보다 보통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루란 인물의 모습을 통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진보된 과학의 발달로 인해 자신이 습득하고 간직했던 기억들의 보물창고가 한순간에 없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자폐인이란 주어진 명칭 아래 대하는 타인들의 시선들을 묻고 생각하는 장면들은 일반인과 그들의 경계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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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누구인가는 저에게 중요합니다.” 내가 말한다.
“그러니까, 자폐증을 앓는 게 좋다고요?” 의사의 목소리에 꾸중하는 듯한 어조가 섞인다. 그는 나 같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으리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나는 나 자신이기를 좋아합니다. 자폐증은 나 자신의 한 부분입니다. 전부가 아닙니다.” 나는 내 말이 사실이기를, 내가 내 진단명 이상이기를 바란다.
“그러니―우리가 자폐증을 없애도 당신은 같은 사람일 겁니다. 그저 자폐인이 아닐 뿐이죠.”

 

 

결국 수술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각자의 생각과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이겠지만 루가 선택한 그 결정은 독자들로 하여금 어둠의 속도와 빛의 속도를 연신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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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이 없는 곳이죠. 빛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곳이요. 어둠이 더 빠를 수도 있어요_ 항상 먼저 있으니까요."

"빛은 진짜야. 어둠은 빛이 없는 것이야."

 

 

누구보다도 노력하는 삶, 어쩌면 보통인들과 어울려 살아가려는 루의 치열한 노력은 일반인들보다 더한 모습으로 인해  존경의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읽으면서 루가 과연 자폐인이었던가?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의 생각에 공감하며 빠져들었던 내용들은 저자의 경험담이 담긴 흡입력 높은 문장과 기술의 발전이 주는 이기 문명에 대한 많은 생각을 던진 책이자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는 의미에 대한 많은 물음을 던진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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