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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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럼비아대학 순수예술 석사과정에 있는 대학원생 '나'는 자신이 쓴 작품에 대한 합평 수업에서 교수와 동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던 중, 오로지 빌리만은 반대의 의견을 내놓는다.

 

빌리가 쓴 제출작을 읽어본 나는 그의 재능을 부러워하게 되고 가까워지게 되면서 그에 대해 알아간다.

 

일리노이주의 가난한 이혼한 집의 아들, 변변한 대학 수업조차 받지 못한 그는 바텐더로 일하면서 문학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힘든 일상을 이어나가는데, 그런 그에게 나는 자신과 함께 동거할 것을 제안한다.

 

두 사람의 동거는 동경하는 대상에 대한 그 모든 것들이 좋아 보이고 부럽기도 하는, 선의의 감정을 동반한 채 즐겁게 지내게 되지만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의 차이는 구별되기 시작한다.

 

빌리가 자란 환경보다는 중상위층에 해당하는 나는 아버지의 도움과 대고모의 아파트에 불법 전대를 통해 살면서 학업 수업에 그다지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위에 드는 상류층도 아니고 그 반대인 하층의 사람도 아닌, 적어도 이런 보이지 않는 넉넉함에 대한 부끄러움,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어떤 특징을 피력하고 인상을 남기게 할 만한 여유로움과 강함을 지니지 못한 사람이다.

 

그런 반면 빌리는 자신의 환경을 해쳐나가야만 하는 사람이자 재능이 나보다 훨씬 뛰어나고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과는 반대를 보이는 상반된 점들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모든 것이 상반됨에도 불구하고 문학에 대한 열정이란 마음 하나로 영원한 우정과 동경을 이어갈 수 있었을 두 사람의 분열은 서서히 미세한 깨짐이 동반되면서  복잡하게 변하게 되는 과정들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타인이 나보다 잘한다는데서 오는 질투와 부러움, 아무리 그를 따라가고 싶어도 타고난 재능은   이를 넘어설 수 없다는 좌절감들, 특히 저자가 그린 나의 외로움에 대한 글들은 두려움과 함께 스스로 강인함이 아닌 타인과의 어울림을 통해 극복하려는 연약함이 빌리란 동료에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으로 비친다.

 

 

특히 빌리가 갖고 있는 나가 지닌 환경에 대해 생각해왔던 대사 부분들은 계층 간의 이분법적 상황들을 두 사람의 지위로 대변해서 그린 작가의 통찰 어린 부분으로 드러난다.

 

 

작가라는 세계에 꿈을 지닌 청년들, 그들의 문학창작이란 예술적 감성과 이를 이루기 위해선 거의 필연적으로 따르는 결핍과 고통에 대한 것을 넘어설 수 있다는 패기로 시작한 일들은 아파트에 함께 동거함으로써 상호보완의 관계를 희망했던 꿈을 저버리게 되는 장소로 전락하게 된다.

 

 

 

 

어찌 보면 아파트는 나에게 있어선 연약함과 세상을 헤쳐나가야만 했던 마지막 장소였을 수도 있었단 점에서 우정과 순수함을 동반한 문학에 대한 열정들을 모두 포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그들은 어른의 삶으로 옮겨 가고 있었다. 나는 내 삶에 의미가 있다는 희미한 분위기라도 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 P 214

 

 

1996년부터 1997년까지 빌리와 함께 했던 일들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그린 작품 속 내용들은 청년기를 지나온 독자들에겐 자신들의 시절을, 지금 청년기를 보내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챕터 시작부터 손을 놓을 수없는 글의 유려함과 내면의 심리 변화가 매끄럽게 표현된 문장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 작품, 작품을 손에 놓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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