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은밀한 취향

조선의 은밀한 취향 - 왕과 왕비의 사적인 취미와 오락
곽희원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0월

고려왕조와는 다른 길을 선택한 조선왕조-

성리학을 바탕으로 유교를 기본으로 삼았던 조선 왕조 시대의   왕이나 왕비들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즐길 수 있었던 취미 생활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룬 책을 접해본다.

총 31편의 내용들로 구성된 책의 내용들은 한국일보에 연재된 글들을 보완하면서 책으로 출간이 된 만큼 다른 책들에서 접해왔던 내용 외에 훨씬 내밀한 취미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한다.

각 왕들과 왕비, 옹주들이 갖고 있었던 취미들은 다양한다.

동물들을 좋아한 숙종의 경우 고양이가 자신의 음식을 빼앗아 먹자 궁궐 밖으로 내쫓았다는 이야기, 말을 아끼던 이성계의 경우 노령으로 접어든 말 두 마리를 놓아주고 그 새끼들을 대대로 길러 나라 안에서 유명한 말로 키워낸 이야기, 꽃을 좋아한 성종의 경우 유교 문화란 환경 속에서 모란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로 인해 키울 수 없던 아쉬움을 들려준다.

 역사상 폭군이란 칭호가 붙은 연산군의 경우 포악한 성격 뒤에 꽃을 좋아한 나머지 그 도가 지나쳐 진귀한 화초를 기르기 위해 장의사라는 사찰을 철거하면서까지 화단을 조성한  의외의 취미생활이 있었단 사실들을 알게 해 준다.(역시 성격대로 취미도 거침이 없다.)

이밖에도 고종, 순조가 옥돌(玉突)이라 불린 당구를 즐겼단 이야기는 고종의 경우 새벽 2~3시까지 덕수궁 덕흥전에서 즐겼단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국권의 정세로 인한 아픔을 달래기 위함이었는지 단순히 취미로 즐겼던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세종실록에 기록된 이야기는 지금의 도박에 빠진 사람을 연상시키는 듯 한 이야기다.

21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세종의 누이동생 정선 공주의 남편인 의산군 남휘는 세종이 공주가 병이 들자  병세를 살피기 위해 사람을 보냈더니 정작 남편이란 자는 아내의 병세의 어떤지도 모른 채 내시와 쌍륙을 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불러서 꾸짖었다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취미도 과유불급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듯 조선왕조의 왕과 왕비, 그 밖의 왕가 사람들이 갖고 있었던 다양한 취미 생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그들 나름대로 마음껏 즐기고 싶어도 제약이 많았다는 사실, 적정선에서 즐기는 취미가 도를 벗어나면 취미 그 자체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숨 막히게 모든 행동과 말에 조심해야 했던 왕족들, 조상들의 새로운 면들을 엿볼 수 있는 지식과 재미를 모두 갖춘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