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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 셔플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0월
평점 :
- "너를 끌어들일 계획(의도)은 없었어."
그렇지... 처음엔 누구나 그런 선한 의도가 깔려있는 말로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감 내지는 당연성에 대한 합리화로 상대를 설득시키는 것이 수순이란 사실, 그렇다면 상대방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당연히 카니는 사촌 프레디의 말에 대해 거절을 분명히 했었어야만 했다.
그것이 비록 친형제처럼 자란 사이라 할지라도 이미 가장으로서 할렘가에서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자수성가에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에겐 적어도 핑계를 댈 수 있는 부분이란 사실들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프레니가 가끔 자취가 묘연한 물건들을 가져다주고 그것을 장물아비에게 중고품으로 팔아 온 그 자신부터가 잘못된 일임을 알고 있었단 사실부터 고쳐야 했었지만 이미 그는 프레디 일당에게 협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보석이 달린 목걸이 사건으로 연관된 갱단 두목과 마피아 조직 간에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 무사히 한 순간을 넘기다 싶었던 카니, 그러나 상황은 카니를 가만 놔두질 않는다.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의 현장들, 평범하게 한 발자국씩 나아가 자신의 가구점을 확장시키고 좀 더 나은 환경으로 이사할 계획을 꿈꾸는 그에게 할렘은 과연 어떤 일들을 기대하게 만드는가?
전작인 두 작품에서 보인 흑인들의 역사를 통한 그들의 아픔을 마주하며 그린 내용들에 이어 이번엔 1960년대 할렘가를 배경으로 다룬 작품을 통해 새로운 흑인들의 이야기를 선보인 작가의 신작이다.
대학까지 어렵게 나온 카니란 인물이 겪는 세 가지의 사건들을 통해 할렘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각기 다른 인물들의 동선과 도둑과 살인, 협박과 보호 차원에서 갈취하는 돈봉투까지...
그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할렘의 시간들은 백인들이 거주하는 몇 블록의 환경과는 천지차이다.
처음 프레니에 의해 가담할 수밖에 없었던 첫 사건의 시간이 흐른 후 그가 겪게 되는, 이른바 명망 있는 인물들이 속해 있는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벌인 돈 잔치에 대한 배반과 복수, 이어서 프레니가 다시 개입되면서 걷잡을 수없는 위기 상황까지 몰고 가게 된 흐름들이 마치 한 편의 독립적인 옴니버스 형식이되 연관된 시간의 흐름을 연계해 보이는 구성을 그린다.
전체적인 환경을 통해 보인 할렘이란 장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같은 흑인의 구성원 사회라 할지라도 피부의 색깔이 진하고 밝으냐에 따른 차별, 클럽에 들어가기 위한 모종의 의뢰 제안들은 카니의 눈에 비친 겉모습만 흑인 사회일 뿐 백인들이 벌이는 일들과 하등의 차이가 없음을 보여준다.
특히 흑인 폭동이 일어나고 프레디가 친구와 벌인 마지막 사건에서 보인 관계있는 인물들의 일들과 이에 따른 미국이란 나라의 겉모습의 위대함 속에 가려진 할렘이라는 감춰진 도시 구석구석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분들은 백인들이 인디언의 땅을 갈취한 그 순간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꼬집는다.
"'약탈' 얘기를 하는 신문들은 인디언에게 약탈에 대해서 물어봐야 할걸. 이 나라 전체가 다른 사람 걸 빼앗아서 세워진 거니까."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자신의 계획대로 발전을 이뤄나가는 카니, 할렘이란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벌인 거래와 복수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란 사실과 아이러니함 속에 벌어지는 비극적인 상황들이 저자의 곳곳에 숨어있는 블랙유를 통해 한 템포 쉬어가는 역할을 한다.
"내가 가끔 돈은 없어도, 범죄는 저지르지는 않아"라는 말로 신조를 삼는 카니란 인물을 통해 인생의 한 발은 정직함이란 명성에 걸맞은 발걸음을, 한 발은 어두운 이면의 숨어있는 도로의 한 부분에 발걸음을 내딛음으로써 자신만의 인생을 결정하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케이퍼 픽션의 맛을 느끼며 읽는 즐거움을 준다.
할렘의 흥망성쇠를 드러내는 건물의 발자국들, 그런 건물들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걷는 카니의 미래는 과연 어떤 꿈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영상을 통해 만나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