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 데어
토미 오렌지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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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의 신대륙 발견은 원래의 땅 주인이었던 원주민이라고 부르는 그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넓게는 아프리카 흑인부터 시작해 남북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역사적인 일들을 통해 현재 그들의 삶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지만 이 작품 속에서 다룬 본격적인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삶을 조명한 문학은 드물어서 뜻이 깊다고 할 수 있다.

 

 

저자 자신이 오클랜드 출신으로 인디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12 명의 삶을 통해 현재의 아메리카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그들, 특히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그들이 지닌 인디언이란 정체성과 이들의 힘든 삶의 과정을 보여준다.

 

 

오클랜드에서 사는 도시 인디언들, 그들의 삶은 아무래도 신대륙 개척자들에 의해 계획된 인디언들을 죽인 역사적인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고 그들이 세운 인디언 구역 안에서의 삶을 시작으로 그들이 지닌 고유성이 점차 현대로 넘어오면서 사라지는 세태를 통해 그려나간다.

 

 

알코올 증후군을 가진 엄마에게 태어난 비정상적인 모습을 지닌 사람, 가난의 대물림, 가정폭력,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 뛰어들 수밖에 없는 마약 딜러와 그 세계에 몸을 담을 수밖에 없는 현실들, 12명의 삶을 통해 각자 저마다 지닌 환경을 통해 도시 속 인디언 삶 속의 역사들을 비춘다.

 

 

저자는 피, 성(이름), 가사(假死)를 통해 인디언들의 역사, 이를 관통하고 있는 정책과 삶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 우리가 우리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우리가 과거의 일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자들 같으니" "빨리 잊고 넘어가지" "비난 게임은 그만 좀 해" 따위의 말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이 게임인가? 우리만큼 많은 것을 잃어본 이들만이, 자신이 이기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만 잊어버려"라고 말하는 사람의 얼굴에 어린 야비한 미소를 볼 수 있다.

 

 

 

 

***** 그들이 오기 전 우리에겐 성이 없었다.(중략) 무작위인 성, 백인 미국 장군들과 제독들과 대령들의 이름이었으며 때로는 부대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중략) 그래서 우리가 블랙, 브라운, 그린, 화이트, 오렌지인 것이다. 우리는 스미스, 리...(중략) 우리는 리틀클라우드, 리틀맨, 론맨, 호프맨, 화이트이글, 레드페더....

 

 

 

한 예로 정부가 지정한 원주민 혈통량 정책에 따라 백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인디언들이 받는 대우의 과정들, 혼혈인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이 보기에 따라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방황들을 통해 열심히 살고 싶은 의지는 있으나 그런 환경의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현실을 보인다.

 

 

 

이런 현실에 대한 그들만의 이야기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이어진다는 사실에 착안한  옥센틴이 계획한 프로젝트는 참신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각기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는 각 부족 출신의 이들이 인디언의 전통춤 축제인 파우파우를 통해 모이는 기회를 통해 등장인물들이 모이고 그곳에서 예기치 않게 벌어지는 사건은   결국은 같은 인디언들끼리 벌인 참사란 점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인디언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애를 쓴 과정이 한순간에 무너짐을 느끼게 하는 부분으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작품 제목인 데어 데어(Theres is no There)는 거트루트 스타인의 '모두의 자서전'이란 문장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오클랜드에 갔을 때 옛 모습이 남아있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나온 이 문장은 저자를 비롯한 도시 인디언들의 삶을 비춘 것과 같은 의미, 더 나아가 고유한 그들만의 삶을 이뤘던 그 옛 땅은 사라지고 정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그들의 역사를 드러내며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 찾기에 대한 원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소설을 통해 과거의 고정된 이미지의 인디언 추장의 모습을 벗어나 이제는 거의 대부분이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많다는 현실을 그린 내용들,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에 빠졌지만 이를 이겨내고 같은 상황에 처한 인디언들을 돕기 위해 나선 이들의 다른 모습을 통해 그들의 독립적이고도 자립의 기대감을 가지게 하기도 하는 내용들이 일말의 희망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그동안 매체나 책을 통해서 알고 있던 인디언 그들의 역사를, 현대란 시대를 통해 그들의 고민과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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