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막는 제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7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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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서른여섯의 나이에 쓴 세 번째 작품이다.

 

작품 속 배경은 캄보디아 남중국해 캄 평야의 불하지에서 전직 교사 출신의 엄마가  홀로 아들 조제프와 딸 쉬잔을 키우며 가난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식들을 건사하기 위한 엄마의 억척스러운 삶의 생활은 15 년간 악착같이 모은 돈을 토대로 식민지를 지배하는 은행 토지국으로부터 땅을 샀지만 매년 주기적으로 몰려드는 바닷물의 영향으로 풀 한 포기조차 건사하지 못하는 불모지 땅이란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는  대출을 받아 제방을 쌓느라 가진 돈을 모두 탕진한 삶의 연속으로 이어지고 그런 무기력함은 이들 가족의 삶 속에 파고든다.

 

 

-갑작스러운 광적인 희망으로 마침내 오랜 마비 상태에서 깨어난 평야의 농부 수백 명이 온 힘을 쏟아부어 제방을 쌓았는데, 그 제방이 태평양 파도의 단순하고 가차 없는 공격으로 단 하룻밤 사이에, 마치 카드로 쌓은 성처럼 그대로 무너져 버린 광경을 어느 누가 비탄과 분노 없이 떠올릴 수 있겠는가? -P. 28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이룬 부를 이어받은 조 씨라는 못생긴 남자를 만나게 되고 조 씨의 쉬잔에 대한 구애는 물질 공세를 통해  자신의 욕망의 뜻을 비춘다.

 

 

축음기에 이어 다이아몬드는 내미는 조 씨, 그가  건네준 다이아몬드를 가족들은 팔기 위해 시내로 향하게 된다.

 

 
“두 책은 한 몸”이라고 고백할 만큼 자전적 요소와 주제에서 [연인]과 상당히 비슷한 분위기를 드러내는 작품이되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작품이다.

 

 

식민지를 거느린 나라의 국민으로서 고국을 떠나 희망을 품고 떠나 정착한 식민지에서의 생활은 기대했던 것만큼의 물질적인 보상을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들이 겪는 가난은 토착 원주민들이 식민지 국민으로서 겪는 가난과는 결을 달리 한다.

 

 

정착민들에게 기름진 평야처럼 속여 팔아 거금을 챙긴 관리들의 속셈 뒤에,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자들이 남긴 땅을 다시 속여 파는 행위를 통해 축척을 하는 이들의 행태들은  뒤늦게 알게 된 엄마의 시선을 통해  당시 식민지에서 살아가는 본국 사람들의 가난함에 대한 비난의 시선을 던진다.

 

 

 

-ㅡ 내가 번 돈, 불하지를 사기 위해 한 푼 두 푼 모은 그 돈, 맙소사, 그 돈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그 돈은 지금 어디 있죠? 이미 황금으로 무거운 당신들의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겠죠. 당신들은 도둑이에요. 죽은 아이들이 다시 살아나지 못하듯이 내 돈, 내 젊음도 결코 되찾을 수 없겠죠. 당신은 그 5헥타르의 땅을 내어놓든가, 아니면 언젠가 비포장도로변의 도랑 안에서 시체로 발견될 겁니다. 도로를 낼 때 동원된 도형수들이 바닥에 산 채로 묻힌 도랑이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합니다. 무엇으로든 살아야 하기에, 희망마저 없다면, 아무리 막연하다 해도 어쨌든 새 제방에 대한 희망으로도 살 수 없다면 난 더없이 경멸스러운 캄 토지국 관리들의 시체들로라도 살아갈 겁니다. 배 속에 집어넣을 게 없는 사람에게는 무서울 게 없답니다.  -P. 301

 

 

 

 

엄마와 조제프, 쉬잔의 일상은 이처럼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행동이 실천을 해야만  이 불행을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마저도 하지 못하는 권태와 무기력을 동반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여기엔 땅에 대한 희망을 놓지 못하고 제방 쌓기를 통해 다시 일어서려 했던 엄마의 희망이  게와 자연의 무수한 공격에 의해 좌절되고  망상에 젖어 살아가는 엄마를 바라보는 남매의 지친 모습들을 통해 이곳을 떠나고자 하지만 엄마를 두고 떠날 수도 없는 막막함의 분위기가 더해져 더욱 침울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제방 쌓기를 통한  한 가닥의 희망이 좌절로 이어지고 그 좌절은 쉬잔이 받은 다이아몬드로 인해 다시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는 소재로 등장함으로써 가난과 부채에서 벗어나려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젊고 창창한 청춘의 조제프가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 도시로 향할 것임을, 다리에서 무수히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면서 자신을 데려가 주길 바라는 쉬잔의 모습들은 시내에서 겪었던 일들을 통해, 다이아몬드란 물건이 그들에게 결정적으로 비루한 삶을 더 이상 이어갈 수없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는 진행의 흐름들이 화자의 시선을 통해 그린다.

 

 

 

아무것도 기댈 수 없었던 곳, 엄마가 죽어야만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음을 알고 있던 가족들의 애증과 합동의 마음, 그런 가운데 여전히 해결을 할 수없었던 가난과 권태로 뒤엉킨 이들 가족들의 이야기가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를 주도함으로써 연인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영화로도 나온 이 작품을 통해 내용이 왜곡되었다고 격노한 엄마와 결별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는 만큼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엄마의 모습은 삶에 지치고 딸을 때리는 모습에서 광기에 집착한 여인, 자식들에게 조차 '정신 나간 늙은 여자'란 인식으로 자리 잡은 극에 달한 모습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진행의 방식상 결과와 과정들이 뒤바뀌는 장면들,  들려주듯 느끼면서 읽게 되는 문장들의 흐름, 인물들의 동선과 말을 통해 그들의 좌절과 비명, 지루한 오후의 나른함과 무기력함 들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그런 가운데 아름답게 그린 문장들은 읽는 내내 푹 빠지게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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